누리꾼들 "손흥민에게 인성과 겸손함도 좀 배우길"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경기에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로 출전 중인 황희찬(22·레드불 잘츠부르크)이 전날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세레모니를 하다 옐로카드를 받아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3승 무패로 올라온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대한민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황의조의 해트트릭과 황희찬의 페널티킥을 묶어 4-3 신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들어 비교적 좋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인 황희찬은 이날 후반전에 교체 투입돼 추가골을 노렸으나 특별히 인상 깊은 장면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측면에서 몇 차례 돌파를 시도했으나 다른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플레이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는 데에는 실패했다.

    연장 후반에 터진 '결승골'의 주인공도 원래는 황희찬이 아니었다. 3-3으로 팽팽한 동점 상황이 이어지던 중 황의조가 또 다시 상대팀 골문 앞에서 위협적인 돌파를 시도하다 얻어낸 페널티킥 찬스. 이때 '페널티마크' 위에 공을 올려 놓은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학범 감독이 믿고 맡길 만한 선수는 '주장' 손흥민 뿐이었다. 손흥민이 심호흡을 하며 공을 찰 준비를 하는 순간, 황희찬이 그에게 다가왔다.

    "형, 제가 찰게요. 자신 있어요."

    손흥민은 자신감이 넘치는 황희찬의 말에 주저없이 페널티킥을 양보했다. 이 골만 성공시키면 우리나라의 4강 진출이 거의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멘탈이 강한 손흥민도 이 때만큼은 차마 앞을 볼 수 없어 뒤돌아선 상태로 황희찬이 공을 차기만을 기다렸다. 황희찬이 오른발로 때린 공은 골대 오른쪽 아래를 파고 들었다. 우즈베키스탄 골키퍼의 손을 살짝 스쳤지만 다행히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이 터졌다.

    그동안 경기력 뿐만 아니라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듯한 동작으로 빈축을 사는 등,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팬들의 질타를 받아온 황희찬이었다. 만약 페널티킥을 실축했다면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는 멋지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전의 부진했던 모습을 단박에 만회할 수 있는 장면을 스스로 만들어냈지만, 이번엔 다소 과도한 골 세레모니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원하는대로 골이 들어가자 황희찬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돌연 상의를 벗고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등번호를 카메라쪽으로 비추는 행동을 했다. 애당초 이런 세레모니를 염두에 두고 페널티킥을 자청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희찬의 돌발적인 행동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제경기에서 골 세레모니로 상의를 벗는 선수에게 경고장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대표이자 해외파 선수인 황희찬이 이런 규정을 모를리 없었다. 결국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펼친 세레모니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MBC에서 경기 해설을 하던 안정환은 "아직 끝난 게 아니"라며 "빨리 옷을 입으라"고 황희찬을 다그쳤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당 경기를 중계하던 김병지와 송종국은 "경고까지 받아가면서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황희찬의 돌발적인 세레모니를 지적하고 나섰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경기력이 제일 낮았던 선수가 다른 선수가 얻은 페널티킥으로 겨우 한 골 넣은 후 웃통 벗고 팬들한테 시위하는 꼬라지라니... 골을 넣었으면 동료 선수에게 먼저 고맙다고 해야지"라는 훈수를 뒀고, "우즈벡전 중 가장 극혐이였던 장면이었다", "손흥민에게 축구기술만 배우지말고 인성과 겸손함도 좀 배워라", "국가대표 품격을 지켜라" 같은 쓴소리를 내뱉는 누리꾼들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