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여부에 꽉 막힌 국회
  • ▲ 국회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국회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난 5월 임시국회에서 가결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론나지 않으면서, 6월 임시국회가 '빈손 국회'로 전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이후 정부 행정입법(시행령) 개정 요구의 강제성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요구'를 '요청'으로 고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자구 수정 중재안을 받아들여, 지난 15일에야 이를 정부로 이송했다.

    23일 열릴 국무회의에서는 이송된 법안들이 심의된다. 여기에서 결론날 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여야 정치권에 미치는 후폭풍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본회의 상정 법안에 대한 여야 협의 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여야는 6월 임시국회가 개회한 뒤 황교안 국무총리의 검증과 인준을 둘러싸고 이미 상당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중에는 4일 연속 본회의를 여는 강행군에 들어간다. 22~24일 사흘간은 대정부질문을 진행하며, 25일에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린다. 이후 내달 1일에 한 차례 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고 6월 임시국회는 막을 내린다.

    국회 관계자는 "본래 임시국회가 열리면 초반에 대정부질문을 몰아서 하고 이후 각 상임위를 열어 법안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며, "이례적으로 촉박한 일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각 상임위에서는 법안 심사가 동시에 이뤄진다.

    다만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을 둘러싼 여야 협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 등 이른바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19일 현안 브리핑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을 꼭 통과시켜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민간임대주택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각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들도 여야가 조속하게 논의해 6월 국회에서 꼭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이렇다할 대응조차 없는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이 행사될지, 행사된다면 재의결을 할지 등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원내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야 원내지도부는 본회의 상정 법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의에 나서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 ▲ 청와대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청와대 전경.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여야만 국회법 개정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게 아니다. 정의화 의장도 국회의원의 청와대 정무특보 겸직 가능 여부 등 중요 사안들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청와대 정무특보는 지난 2월 27일 새누리당 주호영·김재원·윤상현 의원이 맡는 것으로 발표됐으나, 넉 달이 다 돼가도록 국회의원과 겸직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이에 국회 정보위원장이 된 주호영 의원은 겸직 가능 여부가 채 결정되지도 않은, 청와대 정무특보를 사직하는 촌극도 빚었다. 김재원·윤상현 의원만이 남아 겸직 가능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화 의장은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숙고하는 상황에서, 먼저 정무특보의 겸직 가능 여부를 발표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보고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천수답 농사 짓듯 손놓고 거부권 행사 여부만 바라보는 답답한 정국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23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이 와중에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부와 각을 세우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 때문에 메르스 사태가 좀 더 확연히 수습된 뒤인 30일 열릴 국무회의로,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이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예상이 현실화돼 거부권 행사 여부가 조속히 결정되지 않을 경우, 25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속빈 강정'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이 30일로 밀린다면, 바로 다음날 열릴 예정인 7월 1일 본회의는 파행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6월 임시국회는 단지 새로운 국무총리를 인준하고, 예결특위 위원장 등 새로운 국회 상임위원장만 선출했을 뿐 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

    국회 관계자는 "메르스와 국회법 개정안 사태가 맞물리면서 정국이 질식된 상태"라며, "6월 임시회가 빈손 국회로 끝날 공산이 매우 높아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