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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는 단체자치(團體自治)와 주민자치(住民自治)가 결합된 것이다”(두산백과). 자기 동네 일을 자신들의 의사를 모아 처리한다는 뜻이다. 민주주의의 꽃이자 훈련장이라고 선인들이 격찬한 이유이다.
서울 서부 권역 광역등기소 입지를 둘러싸고 주민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마포구는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이러한 ‘지방자치’가 멈춰선 느낌이다. 구의회가 활동중이고 주민자치센터도 운영중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마포구는 지난 2013년부터 입주민이 3,885가구나 되는 아현3재개발구역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에 광역등기소를 유치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주민들로부터 기부채납 받은 962평의 토지를 법원에 매각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민 의사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토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올려주고 일부 토지를 기부채납 받을 경우 그 토지는 해당 주민의 편익시설로 이용돼야 한다. 밀도가 높아져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만큼, 공지나 편익시설 공간을 확충하기위한 취지이다. 마포구는 이러한 기부채납 부지를 슬그머니 ‘무상귀속’ 토지로 바꾸어 법원에 등기소 부지로 매각했다. 용적률이 높아져 주거환경이 악화된 입주민들에게 등기소가 들어설 경우 밀도 환경이 더 악화된 셈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된 입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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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는 변명한다. 관련 주민공청회와 구의회 의견청취를 거친 만큼,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마포구의 관련 절차를 되짚어 보자. 2013년 5월 3일 마포구는 아현3 재개발구역의 기부채납 토지를 공공공지에서 공공청사 부지로 바꾸어 광역등기소를 유치하기위해 구의회 의견을 청취했다. 대부분 의원이 반대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구릉지 정상인데다 학교, 어린이공원 등에 인접했기 때문이다. 마포구는 “아무 문제없다”며 구의회 의견 청취 요건만 갖춘 채 매각을 강행했다.
구의회 의견청취 전에 밟아야 할 주민 공청회는 구의회 의견청취 한달 뒤에야 열었다. 2013년 6월 12일 오후 2시30분 아현동 주민센터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관할 시/구의원, 염리3구역 조합원 및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고 기록됐다. 그러나 정작 이해당사자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입주 예정자인 조합원들은 이런 공청회가 열리는지조차 알길이 없었다.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인 만큼,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던 조합원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염리3구역 조합원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주민공청회와 구의회 의견 청취를 거치면서 주민 대표기구의 의견은 무시되고 해당 주민의견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2014년 하반기 마래푸 입주가 시작되면서 광역등기소 신축 반대가 본격화됐다. 항의집회가 이어졌다. 공사 착공을 둘러싸고 충돌도 빚어졌다.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워지자 마포구가 주민 의견에 다소 귀를 기울이는 듯 했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주택가 한복판의 법원 등기소 유치가 “생각이 짧았다”는 자성론도 마포구 책임자에게서 나왔다.
이번에도 거기서 그쳤다. 구릉지 정상에 있던 광역등기소를 아래 지역으로 옮기는 안을 제시하며 등기소 시설 규모를 1.5배 확장하고 층고도 1층 높여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시했다. 당연히 주민들간에 갈등이 발생했다.
마래푸 주민들은 뒤늦게 마포구의 속내를 알아채고 주민투표를 거부했다. 주민을 무시한 ‘행정 과오’를 이젠 ‘내집 앞에는 안된다’는 님비(NIMBY)로 몰고 가려는 관료행정의 얄팍한 수가 들키고 만 셈이다. 마포구는 또 한번 주민들을 우롱한 셈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집약시키는 절차가 중요하다. 여기에 덧붙여 현대 행정은 주민 만족을 우선시하는 감동 행정이 필요하다. 형식적 요건만 갖추려는 관료행정은 자치행정에서 가장 먼저 배격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제라도 마포구가 ‘함께 꿈꾸는 마포’라는 슬로건에 맞게 주민과 함께하는 서비스 행정으로 돌아가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 제18대 국회의원/새누리당 마포갑 당협 위원장 강승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