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창진ⓒ부산 KT 소닉붐 제공
    ▲ 전창진ⓒ부산 KT 소닉붐 제공

    프로농구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의혹 논란으로 농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승부조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프로배구의 불법 스포츠 도박을 뿌리뽑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창진 감독을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억대의 돈을 건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지난 2014-2015 시즌에 지휘했던 부산 KT 경기에서 이같은 승부조작을 시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KBL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어제(25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승부조작 수사와 관련 하여 프로농구가 다시 한번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농구팬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바 최종 수사 결과를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지켜볼 예정이며 만일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전창진 감독의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벌써부터 섣부른 비난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프로농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 감독이 이같은 일에 휘말린 것만으로도 프로농구의 위상과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프로농구의 이와 같은 파문으로 프로배구는 26일 연맹 차원에서 각 구단 사무국장에게 연락을 취해 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 뒤 구단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과 교육을 당부했다.
    또한 내일(28일)열리는 워크숍에서 승부조작 예방 강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된 기존의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하기로 했다.

    현재 프로배구는 공정센터를 운영하며 암행감찰제를 실시해 현장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을 적발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프로배구는 2014-2015 시즌 도중에도 승부조작을 확실히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형기를 마치고 나온 승부조작 관련자가 모 구단 선수에게 접근해 협박을 일삼은 일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소속 선수가 협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구단은 이를 즉시 연맹에 알렸고, 이후 검찰과 연맹의 공조체제를 통해 더 큰 사태로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프로배구는 지난 2012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리그 존폐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무려 전현직 선수 16명이 기소된 뒤 관련 선수는 모두 영구 제명됐다. 당시 사건으로 배구팬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후 연맹과 구단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통해 팬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있다.

    반면 프로농구는 지난 2013년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큰 위기를 겪었으나, 사후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듯 하다.
    당시 프로스포츠는 야구,축구,배구의 승부조작 파문으로 한번씩 논란을 불러왔지만 프로농구는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는 듯한 태도로 방관했다.
    이번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논란에서도 수사 결과에 따라 전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미온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을 뿐 연맹 차원에서 승부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어떠한 각오와 조치도 볼 수 없었다.

    농구는 소수의 인원이 뛰는 종목의 특성상 선수의 기량 차이가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감독의 용병술과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감독이 경기에 영향력을 끼칠 확률이 높은 것이다. 연맹이 이같은 종목의 특성을 파악하고, 승부조작을 시도하려는 세력을 사전에 감지하고 대책을 세웠다면 사건을 막아낼 수 있었다.

    현재 프로농구는 겨울 대표 실내스포츠 자리를 프로배구에게 내줬다는 것이 스포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의 영광은 이미 먼 이야기일 뿐이다. 여기에 또 한번 일어난 승부조작 파문은 농구계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깎아내릴 수 있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 농구는 강동희라는 대형스타를 불미스러운 일로 잃었다.
    강동희는 '스타 플레이어는 감독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스포츠계의 정설을 깬 존재로 성공신화를 이어갔지만 승부조작으로 과거 선수시절의 업적에도 흠집이 갔다.
    또한 명지도자로 평가받는 전창진 감독도 혐의 여부가 밝혀지기에 앞서 이미 개인의 명예가 실추된 상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프로배구는 승부조작 파문이라는 큰 위기 속에서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팬들을 설득했다. 이처럼 프로농구가 이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프로배구의 대응을 참고해 진정성이 엿보이는 대책마련으로 팬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