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집모 긴급 제동, '위기의 본질은 막말 아닌 재보선 전패 책임'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민집모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과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민집모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과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정청래 최고위원을 제물 삼아 4·29 재보선 참패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이 제동을 걸었다.

    문재인 대표는 13일 여의도 모처에서 민집모 소속 의원 11명과 오찬 회동을 갖고 위기 수습 방안을 청취했다. 이날 오전 '막말 파동'의 당사자인 정청래 최고위원을 '사실상의 직무정지'에 처한 직후였다.

    이 자리에서 민집모 소속 의원들은 현재의 당내 위기는 4·29 재보선 전패(全敗) 책임론으로부터 촉발됐는데, 문제의 본질이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동'으로 호도되는 것을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막말과 폭언을 일삼은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사실상의 직무정지'는 당연하고 출당까지 포함한 그 이상의 조치도 마땅히 고려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치로 문재인 대표가 불투명한 당 운영과 비선 논란 등을 덮고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 ▲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문재인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와, 자신의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문재인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와, 자신의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회동을 마친 변재일 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직무정지로는) 당연히 부족하다"며 "현재 상황이 대단히 위중하고, 대충 접고 지나갈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변재일 의원은 "재보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건 누구나 다 예상했고 이를 헤쳐나갈 전략을 기대했는데 (지도부가) 그런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지도부의 역량에 대해 회의적이 된 것"이라고 사태의 본질을 적시했다.

    아울러 "현재의 최고위원회 체제에서 당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인지, 총선을 이긴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 지극히 회의적"이라며 "이런 문제에 대한 당 대표 차원의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의원은 이날 오찬에서 의원들이 △문재인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포함한 모종의 혁신적 결단 △정청래 최고위원의 출당 조치까지 열어놓는 과감한 인적 쇄신 등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 ▲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문재인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문재인 대표와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영환 의원도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다들 이야기했기 때문에 간단히 (회동 내용을) 정리하기는 좀 어렵다"면서도 "(문재인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거기까지 이야기했다고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혀, 문재인 대표가 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결단 중의 하나로 가능성은 열어뒀음을 시사했다.

    민집모 소속 의원들이 이날 4·29 재보선 전패 책임과 내년 총선 승리 가능성 등을 다시 거론한 것은, 문재인 대표가 당내 위기의 초점을 '재보선 패배'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 파동'으로 옮기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의 직무정지'로 정청래 최고위원을 제물 삼아 마치 혁신이 끝난 것처럼 호도하면서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시도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대체로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문재인 대표는 "많은 분들을 뵙고 다양한 말씀을 들었다"고만 답한 뒤, 쏟아지는 질문을 뒤로 한 채 차량에 올라탔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비선(秘線)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며 "당내 의사결정과 인선은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