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만 안든 강도(强盜)’를 부추기지 말라!
과연 ‘양질의 일자리’는 무엇이고, 얼마나 되나?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➀강도(強盜) : 폭행이나 협박 따위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도둑. 또는 그런 행위.
➁절도(竊盜) :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침. 또는 그런 사람.
➂사기(詐欺) : 나쁜 꾀로 남을 속임.
갑자기 웬 험악한 단어들을 뜻과 같이 나열하느냐고 시비를 걸지 모르겠다.
위의 세 가지 단어를 종합하면 대체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자신의 정당한 노력 없이 남의 돈이나 물건을 취하려는 행위 또는 그런 사람”...
하나 더 추가하자.
신기루(蜃氣樓) : 홀연히 나타나 짧은 시간 동안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일이나 현상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필자는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 예전에 서울시장을 하셨던 분이 지은 ‘경제원론’을 교재로 대학 시절에 강의를 들은 적도 있지만, 그저 먹고 사는 일 이외에 전문적인 지식은 거의 없다.
하지만 경제에 대해 관심조차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
엊그제 ‘북악(北岳)산장’ 여주인님과 여의도 새(鳥)무리·새(鳥)연합 왕초들이 어렵사리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여러 얘기 내용을 보니, 서로 간에 견해가 다른 점도 있었다지만 다들 좋은(?) 말씀들만 하신 것 같다.
특히,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시는 모습이 보기 괜찮았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오고 간 대화중에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도 이상스런 부분이 있다.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 분의 말씀이 옳다 그르다를 평가할 위치도 아니고, 자격도 없으니 말이다.
단지 “일자리 수(數)보다는 ‘양질의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고 한 대목이다.
과연 ‘양질의 일자리’ 즉 좋은 직업 또는 좋은 직장이 어떤 것일까?
이번에만 나온 얘기가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번 여기저기서 회자(膾炙)되었던 말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이 어쩌구...” 하면서.
솔직해 지자.
일자리라는 것이 본래 크게 즐겁고 유쾌한 것이 있는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것이 대부분 고되고 어려운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단지 보람과 긍지 등은 자신들의 몫이라고 해야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단어가 폼나서 ‘양질’이지, 유감스럽게도 시중(市中)이나 주변의 말 들을 종합하면,
그리고 일자리를 원한다는 일부 젊은이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그런 의미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란 능력·노력과는 무관하게
➀일은 적게하고, 돈(보수)은 많이 받는 곳
➁이른바 ‘갑질’을 할 수 있는 곳
➂남들이 보기에 폼 나는 곳
➃대충 개기면서 월급 받고 정년도 보장되는 곳(더러 철밥통이라고도 한다)
뭐 이런 것들은 아닌지...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자리가 과연 있으며,
있다면 얼마나 되겠는가, 또 있어야 하는가?
모든 젊은이들이 이런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무시하고
불에 모여드는 나방들처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상상해 보자.
(그 정도와 내용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리 희망이 많은 사회는 아닐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소위 일자리 ‘하향(下向) 지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저질’(?)의 일자리‘도 얻기 힘들다고 한다. 개인은 물론 나라를 위해서도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일자리 늘리기’의 제대로 된 대안(代案)도 없이
일자리를 ‘양질’과 ‘저질’로 나누는 것 자체가 현 시점에서는 무리이고,
더욱이 전형적인 ‘천민(賤民)자본주의적’ 발상 아닌가?
이른바 ‘경제 민주화’를 입에 달고 다니시는 분들이 할 말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여 ‘양질’이나 입에 올리는 젊은이들은
결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일자리를 구했다 해도
자신과 직장·사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