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내가 공천받는게 계파주의 청산 신호"
  •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사진 왼쪽부터 주승용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사진 왼쪽부터 주승용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우윤근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이른바 탕평당정(蕩平黨政)이 서울 관악을 공천을 계기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대표와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친노(親盧) 정태호 지역위원장이 23일 서울 관악을 4·29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비노(非盧) 김희철 전 국회의원이 이미 지난달 29일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친노와 비노의 공천 경쟁이 정면 승부 양상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김희철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민주산악회와 함께 80년대 양김의 양대 사조직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시절부터 관악에서 조직책으로 활동한 경력을 자랑한다. 정통 동교동계·구민주계 성향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정태호 지역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관과 대변인을 역임했다. 문재인 대표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지내던 시절 함께 일했으며, 지금도 문재인 대표의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친노본당(親盧本黨)이자 친문(親文) 성향의 친위 세력으로 분류된다.

    두 예비후보는 출마 선언부터 뚜렷이 대비되는 색채를 드러냈다.

    김희철 전 의원은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에서, 19대 총선에서 관악을에서 이뤄졌던 민주당~통진당 간의 야권 연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야권 연대는) 관악구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사건이었으며 민주주의의 후퇴"였다며 "당시의 지도부(친노 한명숙 전 대표)와 책임이 있는 자는 국민에게, 또 관악구민에게 머리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나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특정 계파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라며 "내가 정당하게 공천받고 승리하는 것이야말로 계파주의 청산의 신호"라고 친노패권주의에 돌직구를 던졌다.

    반면 정태호 위원장은 "나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책·정무·홍보 분야에서 국정을 경험했다"며 드러내놓고 친노 색채부터 강조하고 나섰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젊은 사람(오신환 당협위원장)을 후보로 공천했는데 이는 과거의 인물로는 승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을 이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후보로 선수를 교체해야 하며, 정태호가 새로운 선수로 뛰겠다"고 자처했다.

    정태호 위원장은 52세로, 68세인 경쟁자 김희철 전 의원보다 젊은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 오신환 당협위원장은 44세다.

    이렇듯 4·29 보궐선거를 앞두고 친노와 비노 간에 공천을 둘러싼 기싸움 조짐이 엿보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공천 실무를 담당할 수석사무부총장 인선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이른바 탕평(蕩平)을 내세우며 사무총장·정책위의장·대변인 등에 정세균계나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계 인사를 임명해 왔다.

    하지만 유독 수석사무부총장만큼은 친노본당인 김경협 의원을 임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2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문제로 최고위 내 비노 세력의 구심점인 주승용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승용 최고위원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자, 문재인 대표는 "내가 친노에게 당직을 준 적이 있느냐"며 "딱 한 명인데 협조해달라"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표의 당직 인선에 범친노(汎親盧)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와 민평련은 포함돼도, 구민주계나 김한길계는 배제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를 두고 "(문재인 대표의 탕평은) 대탕평(大蕩平 : 조선 정조 재위기 노론·소론·남인·소북 등 사색당파를 모두 포괄하는 탕평책)이 아닌 소탕평(小蕩平 : 조선 영조 재위기 구 서인 계열인 노론·소론 사이에서만의 탕평책)"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4·29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친노와 비노 사이에 일찌감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수석사무부총장의 친노 인선 논란과 맞물리며 문재인 대표의 탕평 의지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