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이완구 대표 이름도 거명 안 했는데… 김재원 수석이 잘못 들어"
  • ▲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사진 가운데)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 뒷모습)가 23일 새누리당 원내수석회의실 앞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사진 가운데)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오른쪽 뒷모습)가 23일 새누리당 원내수석회의실 앞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12월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협상 과정은 '온탕냉탕'을 오가는 분위기였다.

    시작은 좋았다. 23일 오전 11시 30분 무렵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난 여야 원내지도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사탕을 한 움큼 집어들어 참석자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이 "여당이 이번에 (부동산 관련 법을) 많이 양보했다면서요?"라고 말을 꺼내자, 새누리당 이장우 원내대변인이 "우리 서영교 대변인이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닌데"라고 농담으로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회동이 늦게 시작돼) 오전 중에는 지금 시간이 없으니 부동산 관련 법부터 먼저 합의하고, 쟁점은 오후에 계속 논의할 것"이라는 말대로, 부동산 관련 법이 속전속결로 합의되기도 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부동산 관련 법 합의 사실 발표 이후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에 다시 만나기로 한 사이에 급변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정오를 지나 이메일로 발송된 서영교 대변인의 "국회 운영위를 보이콧하는 행위는 용서되지 않는다", "주례회동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브리핑 내용을 보고 격분한 것이다.

  •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이 23일 새누리당 원내수석회의실 앞에서 포옹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포옹을 하며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이 23일 새누리당 원내수석회의실 앞에서 포옹하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포옹을 하며 "난 괜찮다. 다 이해했다"고 했지만,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애초부터 대표님께 이해받아야 할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김재원 원내수석은 "협상 중에 협상 상대방에 대해 뒤로 이런 브리핑을 내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펄펄 뛰며, 이장우 대변인에게 항의 전화를 걸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 서영교 대변인의 브리핑은 원내대표 주례회동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전 11시에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이었다. 이메일 발송과 기사화가 늦어지면서, 회동이 시작된 뒤에 브리핑이 있었던 것처럼 오해가 발생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의 사전 회동은 30분 가까이 지연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취재진들을 만난 자리에서 웃으며 "원내수석들끼리 잘 만나고 있나"라고 물었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원내수석실로 자리를 옮겨 설명을 듣기도 했다.

    오후 3시가 다 돼서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과 함께 서영교 대변인이 나타났다. 서영교 대변인은 취재진들에게 오해가 발생한 경위를 해명하고, 김재원 원내수석에게도 이를 설명하려 다가갔으나 김재원 원내수석은 대뜸 "협상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라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장우 대변인을 떠밀며 "김 수석을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가라"고 하자, 김재원 원내수석은 들어가면서도 화가 나는지 "이장우 대변인도 한 마디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정 설명을 듣기 위해 원내수석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정 설명을 듣기 위해 원내수석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 말을 들은 이장우 대변인이 돌아나오며 "(협상 분위기에) 찬물 끼얹지 말라"고 하자, 졸지에 억울한 상황에 몰린 서영교 대변인은 다시 전후사정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이완구 원내대표가 "난 다 이해했다"며 "괜찮다"고 갑자기 서영교 대변인을 덥썩 끌어안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계속 언쟁이 일어날까 염려됐는지 서영교 대변인에게 "어서 돌아가라"고 당부하고, 자신도 원내대표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얼떨결에 김재원 원내수석에게 억울한 호통을 들은 셈이 된 서영교 대변인은 해명을 위해 잠시 후 원내수석실로 되돌아왔다. 아직 남아 있던 이장우 대변인이 "이번 한 번만 더 이해해주는 거야"라고 하자, 서영교 대변인은 "이해받을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브리핑이 회동 전에 먼저 발표된 것임을 설명했다.

    서영교 대변인은 "이장우 대변인에게 브리핑이 회동 전에 먼저 발표됐었다는 것을 설명하니 당황해하더라"며 "해당 브리핑에서 이완구 원내대표의 이름도 전혀 거론하지 않았는데, 김재원 원내수석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서영교 대변인은 이완구 원내대표를 찾아가, "난 괜찮다. 다 이해한다"고 거듭 말하는 이완구 원내대표를 향해 "원내대표님께 이해받을만한 일을 애초에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소한 오해와 경솔한 언행으로 여야 간의 협상 분위기가 하마터면 그르쳐질 뻔 했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온탕냉탕을 오가며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신경전 끝에 이날 저녁 6시가 넘어서야 임시국회를 정상화한다는 극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