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대 비노' 'DJ 비서실장 대 盧 비서실장' 구도 피할 수 없게 돼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사진 오른쪽)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사진 오른쪽)이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박지원 의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빅3' 중 정세균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당 소속 29명 의원의 '불출마 결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마이 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문재인 의원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대표 경선 구도가 급격히 양강(兩强) 구도로 재편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이 쏠린다.

    박지원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이 원하는 강한 야당을 만들고 당을 하나로 묶는 통합 대표가 되겠다"며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박지원 의원은 "당은 지금 특정 계파의 당으로 전락하느냐, 우리 모두가 주인인 당으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분열과 침체의 늪에 빠진 당을 살리는 통합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정권을 다시 찾는 일 외에 어떠한 사심(私心)도 없다"며 "우리 당의 대선 주자들이 국민의 지지를 얻어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의 이러한 발언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의 수장이자 유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의원과 자신을 대비해, 자신은 비노(非盧)이며 대권과 분리된 당권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강한 야당은 싸움도 잘하고 타협도 잘하는 유능한 야당"이라며 "일부 강경 진보 세력과는 선을 긋는 결단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 친노 강경파와 궤도를 달리하는 중도 노선을 걷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사진 오른쪽 두 번째)에 이어 문재인 의원(사진 왼쪽 첫 번째)도 곧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는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의원(사진 왼쪽 두 번째)의 지지세를 누가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이른바 '빅3'가 비대위에서 동반 사퇴하면서 한 기념 촬영.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사진 오른쪽 두 번째)에 이어 문재인 의원(사진 왼쪽 첫 번째)도 곧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는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의원(사진 왼쪽 두 번째)의 지지세를 누가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7일 이른바 '빅3'가 비대위에서 동반 사퇴하면서 한 기념 촬영.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기자회견에서는 △취약 지역과 지방의원에 대한 비례대표 할당제 △공천심사위원회 폐지 △민주정책연구원 시·도 지부 설치 등 시·도당 지원 강화 △전 당원 투표제 확대 등 당 혁신방안도 함께 공개됐다.

    박지원 의원이 이날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하고, 곧 문재인 의원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8 전당대회는 당내 일각에서 그토록 우려해 왔던 '친노 대 비노' 'DJ 비서실장 대 노무현 비서실장'의 구도로 치러지는 것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26일 불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의원과 이른바 '서명파'라 불리며 '빅3'의 동반 불출마를 촉구해 왔던 의원들이 주목해 왔던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져, 박지원~문재인 양강 구도에 특별한 변수가 발생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세균계 지지표를 누가 흡수하느냐에 따라 당대표 경선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세균 의원은 열우당 당의장을 두 차례, 민주당 대표를 한 차례 역임하는 등 당 대표만 세 차례를 맡아 당내 조직이 탄탄하다. 특히 전당대회 선거인단의 30%를 점하는 권리당원 내에서 지지 기반이 강하다.

    문재인 의원 측에서는 정세균 의원이 범친노(汎親盧)로 분류되는 만큼 지지세가 문 의원 쪽으로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서 "(정세균 전 대표의 불출마가) 충격"이라며 "정 대표가 계획했던 당의 혁신과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내가 정 대표를 모시고 잘하겠다고 다짐한다"는 글을 올렸다.

    박지원 의원은 이 글에서 "정세균 대표는 내가 정계에 복귀했을 때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해주고,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지지해줬다"면서도 "나는 정 대표를 돕지 못하고 늘 반대편에 서서 정치를 떠나서 얼마나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느꼈을지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