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回航’ 당사자 박창진 사무장 인터뷰 “대한항공이 거짓진술 강요”
  • ‘땅콩 회항(回航)’ 사건으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둘러싸고 거짓말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야만 했던 박창진(41)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난 12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은 것은 물론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창진 사무장에게 거짓 진술까지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창진 사무장은 서울 서부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머리를 숙였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인터뷰 장면. ⓒKBS 방송화면
    ▲ '땅콩 회항' 사건의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인터뷰 장면. ⓒKBS 방송화면



    #. ‘甲질
    논란’ 무릎 꿇리고 욕하고 손등 찍고


    <KBS> 인터뷰를 통해 얼굴과 실명을 드러낸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질책하고 있어 기내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으로서 용서를 구했지만 심한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박창진 사무장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시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리고 다음과 같은 폭언을 내뱉었다.

    ‘야, 이 XX야. 저X 데려와.’

    조현아 전 부사장은 심지어 매뉴얼이 담긴 파일로 박창진 사무장의 손등을 때리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 지침서가 담긴 케이스의 모서리로 손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까지 났다.”

    박 사무장은 “나와 여승무원의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계속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비행기가 회항하게 된 경위에 대해선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당장 연락해서 비행기 세워, 나 이 비행기 못 가게 할 거야’라고 말했고 오너의 딸인 그분의 말을 어길 수 없었다”고 했다.

    “대한항공 측이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창진 사무장은 “언론 보도 이후 대한항공 직원 5~6명이 거의 매일같이 찾아와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은 한 적이 없고 스스로 내렸다고 (국토교통부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진술하라’고 강요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나에게) ‘국토부 조사담당자들이 대한항공 기장과 사무장 출신이라 조사라고 해 봤자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하며 심리적으로 (나를) 위축시키기도 했다”고 부텬했다.

    그는 “그 모욕감과 치욕은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린 상태에서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 이후 인터넷 상에선 “백번 양보해서 정말 메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고 해도 기내에서 무릎을 꿇리고 사과하게 하는게 정상적인 회사문화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항공 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 12일 오후3시께 서울 강서구 국토관리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로 출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정상윤 기자
    ▲ 12일 오후3시께 서울 강서구 국토관리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로 출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정상윤 기자



    #. 악어의 눈물? 대한항공 “비하나 욕설 없었다”   

    앞서 대한항공 측은 지난 10일 대국민 발표에서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하지 못했고 사무장이 매뉴얼을 제대로 못 찾아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다소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승무원을 비하하는 욕설은 없었고 거짓진술을 강요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조양호 회장은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제가 교육을 잘못시켰다. 죄송하다”며 수차례 머리를 숙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사무장이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다.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창진 사무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과 대한항공 측의 해명이 충돌하는 셈이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진실일까?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12일 KE086 항공기 승무원 진술을 토대로 작성된 초기 진상보고서를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사무장과 승무원을 상대로 조사한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폭언 내용과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창진 사무장과 서모 기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회항 과정에서 항공법을 위반했는지와 당시 승무원 등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에 나온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와 같은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조현아 전 부사장도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박창진 사무장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기내 난동’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보안법 43조에 의하면 폭행-협박 등으로 기장이나 승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 안전에 해를 끼친 사람은 징역 10년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과거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7년 12월 술에 취해 기내 난동을 부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었다.

    검찰은 또 대한항공 측의 거짓진술 강요 정황에 대해서도 관련자를 소환해 진상을 확인할 계획이다.

    “대한한공 측이 사건을 은폐하고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 이러한 진술들을 토대로 거짓 강요 정황이 확인될 경우, 대한항공 관련자들은 형법상 강요죄로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형법상 강요죄는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