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비 너무 적다


  •  김성만(전 해군작전사령관)  
      

         2015년도 국방예산이 전년(2014년) 대비
    4.9% 증가한 37조4560억 원으로 지난 2일 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됐다.
    전체 국방비 가운데 국방부 소관 전력운영비(병력운영비, 전력유지비)는
    전년 대비 4.9% 1조2460억 원이 늘어난 26조4420억 원,
    방위사업청 소관 방위력개선비(무기획득, 연구개발)는 4.8% 5044억 원이 증가한
    11조140억 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지난 9월 전년 대비 5.2% 늘어난 37조6000억 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사업 등에 대한 예산 2485억 원이 감액되고, 병영문화혁신과제 위주로 1445억 원이 증액돼 정부안 대비 줄어든 예산은 1040억 원이다.
     
       전력운영비는 병영문화혁신과제 등 추가로 제기된 소요가 반영돼 정부안 대비 643억 원이 늘어났으나, 일부집행 가능성이 낮은 사업비용 165억 원이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478억 원이 순증(純增)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➀ 국방비가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국방부는 2013년 7월 25일 향후 5년간 214조5천억 원의 국방예산 소요가 담긴 ‘2014∼2018 국방중기계획’을 확정해 국회 국방위에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중기예산안은 향후 5년간 국방비가 연평균 7.2% 증가해야 한다. 이는 2012년 ‘2013∼2017 국방중기계획’에서 밝힌 연평균 증가율(6.0%)보다 1.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무기구입에 쓰는 방위력개선비는 70조2천억 원으로, 연평균 10.6% 증가해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히 방위력개선비가 전체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29.5%에서 2018년 34.6%까지 확대된 것이 이번 중기계획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2014년 방위력개선비는 3.9% 증가, 2015년도는 4.8% 증가에 그쳤다.
     
       ➁ 국방부가 국방예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방위력개선비가 이렇게 된 것은 북한에게 분명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 북한은 금년 2월~9월간 탄도탄(스커드, 노동) 13발을 동해로 시험 발사했다.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하여 한국을 공격할 무기다.
     
       지난 10월 7일에는 서해에서 남·북 함정간 함포전, 10월 10일에는 휴전선에서 포격전, 10월 17일에는 휴전선에서 총격전이 있었다. 국방부는 북한이 2015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선포하고 전체 병종별 실전적 전술훈련과 전력증강을 통해 전면전 준비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난 10월 7일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북한군의 하계 훈련은 예년과 비교해 약 2배 증가했으며 방사포 등 타격 전력을 계속해 늘리고 있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국방예산에 대해 국방일보(2014.12.4)는 1면과 2면에 사실 관계만 보도했다.
     
       국방비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국방예산에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잘못된 상부지휘구조와 방위사업청(防衛事業廳)이 원인이다.
     
       현재 우리 군은 ‘합동군제(合同軍制)’로 군정(행정, 군수)은 각군 참모총장이, 군령(작전지휘)은 합참의장이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각군 총장이 무기체계의 소요량과 전력화 시기, 작전요구능력(ROC) 등을 정해 소요제기를 하면 합참이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한 체계다.
     
       무기체계는 적(敵)의 능력과 전술, 우리 작전부대의 작전개념과 군사전략을 알아야 필요한 소요를 산출할 수 있다. 지금의 상부구조에서는 이런 조직과 기능은 모두 국방부(합참)에 있다. 그런데 각군 총장이 정보·작전·전략을 모르는 상황에서 신규소요를 제기하고 있다. 비정상이고 비효율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군은 제대로 된 무기체계를 갖출 수가 없었다.
     
       천안함이 폭침(爆沈)당하고 연평도가 불바다가 되고, 북한무인정찰기가 우리 영공(청와대 등)을 유린한 원인을 여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북한이 소형 첨단의 연어급 잠수정(130톤)을 만들어 실전배치를 했는데도 이에 대적할 경비함(구축함급)을 우리는 건조하지 않았다.
     
       서해5도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 해안포·방사포가 1백문에서 1천문으로 증강되었는데도 우리 군은 10여문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것도 많다고 서해5도 전력을 대규모(80% 이상)로 감축하는 계획(국방개혁2020, 2006.12)까지 추진했다. 북한 김정은이 무인기 부대를 방문하고 청와대 공격을 지시하는 북한 언론보도를 보고도 대비하지 않았다.
     
       과거 ‘3군본부 병렬제’에서는 각군 총장이 군정과 군령을 같이 했기 때문에 소요(전력 증강 포함)를 국방부(합참)에 제출하고 자군의 예산(전력운영비, 방위력개선비) 확보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런데 지금은 무기체계 소요를 최종 결정하는 합참의장이 군의 방위력개선비 확보에 직접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전문지식도 부족할뿐더러 작전지휘 등 업무과중으로 그렇게 할 시간도 없다. 그렇다고 각군 총장이 정보·작전·전략을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기획예산처)와 국회를 설득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방위력개선비 확보는 주인이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각군 본부에 전력증강을 전담하는 사업단(전차사업단, 조함사업단, 항공사업단 등)이 있어 여기서 전문적으로 사업을 관리했다. 방산비리, 관리부실로 인한 사업 지연과 무기 구매지연 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각군의 사업단이 폐지되고 방위사업청이 2006년 1월에 설립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력 개선사업, 군수품 조달 및 방위산업 육성에 관한 사업을 관장하기 위해 국방부 산하 외청으로 설립되었다. 방위사업청장은 차관급 정무직공무원으로 통상 예비역 장성(소장급)이나 민간인(정부 공직자)이 맡는다. 방위사업청에는 각군에서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발탁되어 보직이 되나 각군 사업단 보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이렇게 되어 우리 군의 대북군사력 열세가 가중된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2013년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질의에 출석, 남북한 국방력 격차를 묻는 민주당 김광진 의원의 질문에 “우리나라 전력은 북한의 대개 80%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이것은 북한 대량살상무기를 제외하고 재래식 전력에 대한 비교 수치다. 우리 군의 전투력 지수는 지난 10여년 이전보다 오히려 약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방부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 변명할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방부장관은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한 방위력개선비를 추가로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제도를 하루 속히 고쳐야 한다.
     
       군 상부지휘구조를 ‘3군본부 병렬제’로 환원하여 각군 총장이 작전을 지휘해야 한다.
    합참의장은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의 참모로서 보좌해야 한다.
    합참의장은 합동참모회의 의장으로서 합동작전, 통합방위작전, 연합작전에서
    국방부장관을 보좌해야 한다.
     
       그리고 방위사업청을 폐지하고 과거대로 전력증강 감독기능을 국방부가 관장해야 한다.
    각군 총장은 각군 본부에 전력증강 전담 조직을 두고 사업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적정 국방비를 획득하여 대북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고
    방산비리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다. (Konas)
     
      김성만 /예비역해군중장(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