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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당무위원회 회의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왼쪽)의 말을 듣고 있는 박지원 비상대책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내년 2월 8일로 확정된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가 세상을 떠난 두 전직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과 문재인 비상대책위원이 당권을 두고 격돌할 전망이다.
박지원 위원과 DJ 사이의 깊은 관계는 정치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박지원 위원은 DJ가 미국에 망명하던 시절부터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DJ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패한 뒤 정계에서 은퇴해 있던 때에도,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지원 위원은 동교동을 매일같이 드나들며 DJ에게 현안을 보고하고 그의 입장을 대변했다.
DJ의 정계 은퇴 번복을 앞두고 이기택 민주당 총재와 각을 세우는데도 앞장섰으며, 이후 DJ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차리자 가장 먼저 민주당에서 탈당해 DJ의 품으로 합류했다.
이러한 충성의 대가로 DJ가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직 인수위원·당선자 대변인을 맡았으며, 이후 김대중정권 하에서 공보수석·문광부장관·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 위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관계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에서 함께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며 인연을 쌓았다. 1988년 YS에 의해 발탁돼 먼저 정치권에 진출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자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며 뒤늦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로는 청와대 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역임하며 '왕(王)수석'이라 불렸으며, 임기 말인 2007년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는 국민장의위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이사장 직은 이해찬 의원에게 넘기고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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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10일 열린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당무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이 당무위원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두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을 바탕으로 현재 당내에서 각각 구민주계와 친노(親盧)계의 수장으로 꼽히는 박지원 위원과 문재인 위원의 격돌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박지원 위원은 비노(非盧)임에도 그간 친노계와 적극적으로 각을 세우지 않고, 동조할 사안에는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한길~안철수 체제를 무너뜨릴 때도 친노와 입장을 함께 했고, 한때 자신과 함께 '박남매'라 불렸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할 때도 친노와 입장을 같이 했다.
이 때문에 비노로서는 유일하게 비대위 체제에 합류해 있기도 하다. 새정치연합 비대위는 문희상 위원장과 문재인 위원이 친노, 정세균·인재근 위원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범친노로 박지원 위원을 제외한 전원이 친노로 구성돼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릴 정도다.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2·8 전당대회에서는 친노와의 한 판 승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박지원 위원 스스로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평이다.
박지원 위원은 문재인 위원의 측근에 "이번에는 세게 붙는다고 (문 위원에게) 전하라"는 선전포고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라디오 출연 등 공개 발언을 통해 연일 대권~당권 분리론을 역설하는 등 문재인 위원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이렇듯 친노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는 것은 박지원 위원의 그간 행보와는 상반된 것이라 주목된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2·8 전당대회의 판세는 현행 당헌·당규대로 치러질 경우 문재인 위원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당내에 비노~반노 여론도 급등하고 있는 만큼 박지원 위원이 비노 세력을 결집해낼 수 있다면 당권의 향배는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박지원 위원은 지난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손학규 고문과 안부 연락 정도는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15일에는 전남 강진을 방문해 손학규 고문과 만나고 돌아온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비롯 당시 원내지도부였던 김영록 전 원내수석부대표·유은혜 전 원내대변인 등과 단체 회합을 가지는 등 당내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어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