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골병드는 깜깜이 처분 내리고 감추기에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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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8일에 취임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분위기를 잡고 고질적인 교육계 문제를 해결하라는 임무를 띈 것이다.

그러나 황우여 장관이 과연 교육문제를 다스릴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불러온 교육계의 수 십년 된 관행과 악습을 처리할 수 있을까?
이제 두 달 밖에 안됐지만, 벌써부터 아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황우여의 경험이 짧다거나 교육계 쇄신에 대한 의지와는 별개로, 지금 교육계가 가진 문제들은 고질적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 두 사람의 힘만 가지고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은밀하게 숨어 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 못 얻는 교육부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문대학만 해도 그렇다.
전문대학 숫자는 140여개 이다 보니 학생 숫자만 해도 수 십 만 명이 넘고, 학부모 숫자도 백 만명은 넘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대학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단히 후진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비교육적인 일들이 너무나 많다.
학교 법인이 교수들을 상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불법과 부당행위를 밥 먹듯이 저지르고, 학교 운영을 제 멋 대로 함으로써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상당 부분이 손실을 입고 있다.

전문대학 파행의 문제를 잘 들여다보면 학교 법인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
전문대학에 대해 재정도 지원하고, 관리도 하고, 이사 승인권도 갖고, 감사권도 가진 교육부가 사실상 학교 법인이 제멋대로 방자하게 굴도록 만들어왔다.
교육부가 공범자이다.

지난해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의 두 직원이 전문대학 법인 담당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향응을 받았다는 제보가 국무총리실로 전달됐다.
두 직원은 국무총리실 조사를 받았으나, 향응을 받은 장소와 시간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조사는 유야무야됐다.

지금 두 직원 중 한 명은 청와대에 파견됐고, 또 한 직원은 교육부 다른 부서로 옮겨 근무중이다.
교육부 내부에서 이런 혐의를 받은 직원에 대해 무슨 조치를 취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전문대학 법인들의 행태에 정통한 어떤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전문대학정책과 담당자들을 불러 룸싸롱으로 모시고 성접대를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전문대학 교수도 학교 법인의 비리를 파헤치면서 교육부에 호소했으나, 아무런 효과도 얻지 못했다.
세종정부청사 부근에 갈 일이 있어서 교육부 담당자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 교수는 “교육부 문턱이 이렇게 높으냐?”고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 이 교수는 하도 억울한 생각에 대학지원실 관계자 등을 피고발인으로 해서 작성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전에 교육부에 그 사본을 보냈다. 그제서야 담당자들은 마지못해 학교 법인에게 비위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해 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물론 아직까지 학교 법인은 시늉만 하고 있을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대전의 대덕대학에서 벌이진 일과 이것을 처리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우리나라 전문대학이 왜 발전하지 못하는지 너무나 다양한 사례를 집대성해서 종합세트로 보여주는데 알면 알수록 너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학교 법인이 교직원 30여명에 대해서 해임 파면 감봉 등 무차별 학살을 한 데 대해 교육부가 팔짱끼고 보고만 있는 모습은, 마치 깡패에게 죽도록 얻어맞는 것을 구경만 하는 경찰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대덕대학 학교법인에서 2년전 30여명에 대한 징계를 내렸으나 이중 특히 해임 파면 조치는 법원과 노동위원회 등에서 무효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조치도 감해졌으니 이것은 명백한 부당징계이다.

    교직원들이 호소할 데가 없어서 교육부에 호소하면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

    '법원 판결 받아서 복직됐으니 된 것 아니냐?'

    잘 못 처분한 이사회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다.
    부당하게 해임 파면 당하면서 교직원들이 겪었을 심적 고통과 학생들이 간접적으로 입었을 교육적인 피해에는 관심도 없다.

    대덕대학 사태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을 보고, 다른 140여 전문대학 법인들이 따라 배우면 우리나라 교육계가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당연한 우려도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와 그 과가 속한 대학지원관 그리고 실무 최고 책임자인 대학지원실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법원 판결 받아서 복직했으면 된 것 아니냐는 논리는 강도가 죄 없는 이웃을 칼로 찌른 다음에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해주면 죄가 안된다는 논리와 똑같다.

    소름끼치는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감사원 감사내용도 교묘하게 변경시켜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감사원이 대덕대학에 대한 감사를 벌여 학교 법인의 핵심 보직자에 대해서 해임이상 중징계를 내리라고 처분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감사원 처분에 대해서 이의신청을 받은 뒤 해임이상 중징계를 크게 줄여줬다.
    대덕대학비상대책위원회가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잘 못 판단한 것 아니냐"고 문의해도, 답변? 이런 것 한 적이 없다.

    인사철이 되면 교육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눈치보기 그리고 인사이동의 틈새 이용하기 수법은 가히 신기(神技)에 가깝다.

    아직도 분규가 가라앉지 않은 대덕대학은 올 초 이 대학 이 모 교수를 제거하기 위해 멀쩡한 미국 학위를, 그것도 30여년 전에 받은 학위가 가짜라고 몰아 부쳐 파면조치했다.
    너무나 황당한 이 사건에 대해서 이 모 교수는 학교와 소송하는 한 편, 그래도 속는 셈 치고 교육부에 호소했다.

    이례적으로 교육부가 외부 인사까지 동원해 이 사건을 조사해서는 대학측에서 학위가 가짜라는 증거를 조작했음을 밝혀냈다.

    민원조사팀은 학교사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 황당한 범죄행위에 대해서 관련자 여러 명에 대해 해임 파면을 비롯해서 이사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최고 행정 책임자인 한석수 대학지원실장도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까지 가서 확인한 이 조사결과는 3달 가까이 시간을 질질 끌더니 10월 8일에야 대학에만 통고됐다.
    관계된 직원 2명에 대해서 징계를 내리고 이사장에게는 계고장을 보냈지만, 어느 구석에도 범죄를 저지른 행동에 대한 당연한 처벌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 장차관 바뀌기 기다리다 밀실에서 비밀 결정




    도대체 그사이에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첫 번째는 장 차관 교체가 있었다.

    황우여 장관은 8월 8일, 김신호 차관은 8월 26일 임명받았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장관이 바뀌기만 기다리다가 장관 몰래 대덕대학 대학지원실 주관으로 처분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우리나라 140여 전문대학 전체에 영향을 미칠 이 처분심사위원회는 실장 전결사항이다.

    박백범 기획조정실장은 “내 소관이 아니므로 모른다”고 했다.
    그러니 황우여 장관이나 김신호 차관이 알 턱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보기에 이번 처분심사와 그 이후의 행정처리는 의혹 투성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모든 행정이 점점 투명하고 공개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이번 처분심사위원회는 대학 이사회의 활동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공적인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처분심사위원회 일정과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물론 회의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석수 실장은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공개 안했다”고 밝혔지만, 시대착오적인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처분심사는 학교 법인 이사회와 징계위원회 등 공적인 활동을 하는 기구에 대한 것이지, 어떤 개인의 사적인 비리에 대한 심사는 아니다.
    대학도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감사원도 처분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한다.
    그러니 개인정보가 포함돼서 그렇다는 변명은 아무리 들어도 설득력이 없다.

    두 번째는 밀실에서 처분심사위원회를 열었다.

    처분심사회의 멤버는 한석수 대학지원실장,  배성근 대학지원관, 황성환 과장을 비롯해서 기타 직원 등 모두가 교육부 직원들로 꾸며졌다.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밖에서 보면 이야말로 마피아 같은 밀실행정이요, 공무원들이 입맛대로 꾸민다는 의혹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면 당연히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외부의 인사들을 다수 위원회에 참여시킨 뒤, 회의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처분심사위원회에서 어떤 기준으로 무슨 처분을 내렸는지 역시 공개해야 한다.
    한석수 실장은 "공개하더라도 모든 일이 다 마무리된 다음에” 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시대흐름에 안 맞는다.
    대법원 사이트는 모든 재판에 대해서 사건번호와 관계자 이름만 입력하면 몇 번 공판을 열었는지 하는 재판의 흐름과 판결내용을 모두 다 공개한다.

    이런 조치를 안 취하면 정말 근거가 취약한 추정이 겉잡을 수 없는 의혹으로 커진다.
    새로 들어온 김신호 차관과 교육부의 토박이 박백범 기획조정실장 그리고 한석수 대학지원실장으로 이뤄진 ‘대전권 마피아’가 밀실행정을 한다는 교수들의 수근거림 말이다.

    김 차관이나 박 실장은 “보고도 못 받았다”고 항변할 지 모른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주로 발휘하는 처세술이 ‘윗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알아서 처리하는 것’임을 그들은 더 잘 안다 .

    그러니 아예 외부인사도 포함된 처분심사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모든 것을 공개하는 것도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업무 요령'은 쓰레기 통에 던져야


    교육부 공무원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우리 선배들은 더 했다고 볼멘 소리를 낼 지 모른다.
    그러나 안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변화는 더 빠르고, 140여 전문대학이 받는 고통과 피해는 훨씬 크다.
    그들이 관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선배 공무원들에게 배웠을 ‘업무요령’은 알고 보면 부정과 불편과 불법을 포장하는 쓰레기 봉투였음을 하루 빨리 깨달아 변하지 않으면, 거꾸로 공격대상이 될 것이다. 

    황우여가 힘이 있을지 모르는 다선(多選) 국회의원이라는 배경을 바탕 삼아 교육부 수장이 됐지만, 그가 서 있는 밑바닥은 이렇게 복잡하다.
    동료 국회의원들 조차 “교육부는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유도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도대체 왜 그런 소리가 오랫동안 나왔는지 그리고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지 그 이유라도 파악하고 마칠지 심히 우려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키워드는 도출해 낼 수 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무조건 투명하게 모두 즉시 공개하라는 것이다.
    처리하기 곤란한 일을 결정하는 위원회에는 외부 인사를 대거 포함시키는 조치도 포함된다.

    두 번째 키워드는 권한의 분산이다.
    지원금도 나눠주고, 감사도 처분도 행정도 주로 교육부 테두리에서 이뤄진다.
    이런 구조로는 무조건 부패하게 되어 있다.
    몇 가지는 과감하게 떼 내어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키워드는 공직자 자세의 회복이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교육부가 나눠주는 지원금은 국민들이 낸 세금을 모은 것이고, 교육부 공무원들이 직업을 갖게 된 것은 학생과 교직원과 학부모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권한을 준 것은 공공 교육에 이바지 하라고 국민들이 위임한 것이다.

    교수 조차 교육부 말단 직원 만나기가 왕조시대의 정승 만나는 것 보다 힘든 이 토양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정말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