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연습경기 보러 KBS 기자 'AD카드' 빌려KBS "사실 여부 확인 중...귀국 즉시 감사 착수할 것"
  • 그동안 취재를 위해 (동료에게)AD카드를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던 KBS 기자가 사실은 보도본부 소속 국장의 아들에게 출입증을 건넨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중앙일보는 28일 "지난 21일(현지시각) 브라질 월드컵 경기 현장에서 KBS 기자들이 월드컵 경기장 출입증(AD카드Autograph Document Card)을 부정 사용한 혐의로 현지 군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는데, AD카드를 빌려쓴 사람은 KBS 앵커를 지낸 김종진(52) 보도본부 디지털뉴스국장의 아들 김OO 군과 친구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김종진 디지털뉴스국장은 98년 KBS '9시 뉴스' 앵커를 맡아 방송사 메인 뉴스의 30대 앵커시대를 열었던 장본인. 이라크 전쟁 등 종군 취재와 영국 특파원까지 지낸 베테랑 기자 출신이다. 한 제보자에 따르면 김 국장의 아들 김OO(고려대 재학)군은 친구 신OO군과 함께 현재 브라질을 여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귀국 일정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KBS 보도본부 스포츠국 송OO 기자 등은 한국과 알제리전이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 히우 경기장에서 AD카드를 부정 사용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AD카드를 경기장 밖 김OO 군 일행에게 전달해 입장시키려다 발각된 것. 체포된 이들은 군경찰의 조사를 받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경찰 조사에서 "관광차 브라질에 갔다가 국가대표팀의 연습 장면을 보러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회 기간 경기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AD카드는 권한과 혜택이 큰 만큼 국제축구연맹(FIFA)은 타인에 대한 출입증 대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자칫 외부로 유출될 경우 '테러' 등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IFA에선 AD카드를 무단 대여한 사실이 발각됐을 경우 카드 압수는 물론, 소속 단체에 '출입 금지'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국내 취재진이 AD카드를 무단 대여하다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은 지난 21일 브라질 현지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브라질 방송사 RBS TV는 "한국 남성이 국가 대표팀 연습 장면을 보기 위해 방송국 기자의 출입증을 빌려 들어가려다 군·경찰에 적발됐다"며 "그는 조사를 받을 때 허위진술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불거지자 국내 방송계에선 '문제의 KBS 기자가 자사 후배 PD에게 AD카드를 빌려준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일각에선 '외주프로덕션 관계자에게 출입증을 건넸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KBS 측은 "발급받은 AD카드수가 워낙 적다보니 불가피하게 (여타 취재진이)남의 카드를 사용한 것 같다"면서 "관련 내용에 대해 FIFA 측에 사과 입장을 전달했고, 앞으로 AD카드를 추가 발급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발급받은 AD카드가 취재 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료들끼리 돌려쓰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 실제로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경기에선 AD카드를 제한적으로 발급하기 때문에 같은 방송사 동료끼리 양도를 하는 경우는 다반사였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FIFA 규정을 어긴 것은 분명히 잘못했지만 KBS 기자만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는 옹호론도 있었다.

    하지만 28일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로 이같은 '옹호론'이 무색하게 됐다. 해당 출입증은 동료 기자가 취재 목적으로 빌린 게 아니라, 보도와는 전혀 무관한 '제 3자'가 경기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받아간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이 타전된 것. 이 보도로 인해 "발급받은 AD카드수가 적어 (취재진이)돌려쓰다 적발된 것"이라는 KBS 측의 해명도 궁색하게 됐다.

    당초 KBS는 '취재 환경이 열악해 부득이하게 카드 양도를 해왔음'을 하소연한 뒤 'FIFA 측에 추가 발급을 요청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놨었다. 취재 인력이 아닌 보도본부 국장의 아들이 빌려쓰다 적발된 사안인데, 오히려 AD카드 발급을 늘려달라니…. 그야말로 '적반하장(賊反荷杖)'격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김종진 디지털뉴스국장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 대신 KBS 홍보팀 측에서 말문을 열었다. KBS 홍보실 안현기 팀장은 28일 "KBS는 월드컵 AD카드 부정 사용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여부와 자세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며 "문제가 드러날 경우 관계자들이 현지에서 귀국하는 대로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 KBS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