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이번 6·4 지방선거의 특징은 [전교조의 압승(壓勝)]이라고 할 수 있다.
    17개 교육감 자리 중 13개를 [진보]가,
    그중 8개를 전교조 출신들이 쥐었으니 말이다.
    [새누리당 선방(善防)]이 아니라 [좌(左)가 눈부시게 승리한 선거]였다.

    그중의 대표격인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조희연은,
    "나를 뽑았다고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조희연은 누구인가?
    그를 잘 아는 K교수는 필자에게 이렇게 일러주었다.

    "그는 유연하고 순탄한 사람.
    이념적으론 NL(종북)이 아닌 PD(민중민주) 출신."


    조희연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전국 각지의 좌파 교육감들이 장차 어떤 [문화 혁명]을 일으킬 것인지를 예단할 순 없다.
    그러나 서울은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조희연은 1980년대 이래 그 서울의 변혁 운동에서 항상 앞장서 왔다.
    그래서 조희연은 이 국면에서 중요한 샘플이 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1980년대 중반 어느 해 직장 근처 커피숍에서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던 사회학도 조희연을 만나본 적이 있다.
    당시 학생운동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했더니
    한 후배가 "이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하기에 마련된 자리였다.
    이왕 운동권에 빠삭하다는 사람을 만난 김에
    필자는 [의도된 결례(缺禮)]를 해 보기로 했다.
    "요즘 학생운동은 잘못 가고 있다"고 시비를 붙인 것이었다.

    그때 필자의 질문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다.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와 [극좌(極左)와는 다른 진보]의 흐름을 담아왔는데,
    요즘 학생운동은 그 선(線)을 넘어 극좌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하는 것이었다.

    "내부 논의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런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는 건 곤란하다는 투였다.
    왜 그래선 안 되는가?
    운동이 무슨 독재 권력, 신성불가침이라도 됐는가?
    하긴 [계급해방]이니 [민족해방]이니 하는 극좌 담론 이외엔
    일체 [금지곡]이라도 된 것 같던 것이 그 시절의 대학 풍경이었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그때의 주역들은 대한민국의 정계·사법부·언론계·문화계·학계에서
    막강한 [대칭(對稱)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학원생 조희연 역시 수도 서울의 좌파 교육권력으로서,
    이제는 거꾸로 필자를 향해 "요즘 늙은 언론인들은 잘못 가고 있다"고 질책하게 생겼다.

    하지만 요즘 늙은 언론인들이 아무리 잘못 나간다 해도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만은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되고 있다.
    예컨대 "북한에 심각한 인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남쪽의 한다 하는 좌파 지식인·운동가·정치인들은.
    "그런 게 과연 있나?" 하고 시치미를 뗀다.

    조희연과 함께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된 이재정은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장관으로 있을 때
    "북한에서는 고문, 공개 처형, 여성 인권침해, 외국인 납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응수했다.

    "저 내용들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사실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이재정의 이런 말을 조희연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재는 게 편이라고,
    조희연이 만약 이재정의 말을 감쌀 양이면,
    그는 교육감 이전에 지식인조차 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가?
    이번에 집권한 좌파 교육권력이,
    앞으로 혁신학교라는 이름의 [전교조 공작소]에서 그들만의 역사교과서로
    우리 청소년들을 이재정식 궤변에 전 좀비 병정으로 키우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좌파 교육권력이 한 축(軸)인 변혁 진영은 한국 사회를,
    그렇게 [우려하는 쪽]과 [우려하게 만드는 쪽]의 두 부분으로 분단시키는 데 크게 성공했다.

    그런데도 교수 조희연의 글은 이런 [남한 내부의 분단]을 놓고
    오히려 우파를 향해 이렇게 요구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 우파 네티즌들의) 일탈에 대한 보수의  자정(自淨) 노력이 있어야
    보수와 진보의 '공통 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필자도 교육감 조희연에게 이렇게 요구할 수 있다.

    "좌파야말로 평양 '봉건 전체주의'의 폭정(暴政)을 추종하는 일탈에 대한 자정 노력이 있어야 보수와 진보의 '공통 지점'이 존재할 수 있다"고.


    조희연이 누구인가를 설명해준 K교수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그가 유연하다 해도 결국은 진영 논리로 갈 것이다."


    박원순·조희연·이재정 등이 몸담은 [이념 교회]의 구속력이 신흥 종교적 수준이라면,
    조희연 개인의 DNA가 아무리 연성(軟性)이라도 그 차별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비관론이었다.


    류근일/뉴데일리 고문, 전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조선일보에 게재한 글을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