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특별기획 대하드라마(매주 토,일 밤 9시 40분) <정도전>(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17일 방송에서 고려를 지킨다는 대의를 내세워 40 년 지기 정도전을 가차없이 제거하려고 하는 정몽주의 냉혹한 모습에 그의 충성심의 정체가 무엇일까 의문과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이성계(유동근 분)는 정몽주(임호 분)가 정도전(조재현 분)를 유배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대노하여 첫 번째 부인 장례식도 마치지 않고 돌아와 정몽주를 강하게 질책한다.

    "이봅쇼 선생! 전쟁터에서 말이외다. 적장하고 죽기 살기로 싸우다보면 살점 피점 다 생기는 거외다.
    그거 아우? 고려가 얼마나 대단하고 충심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건지 몰라도 40 년 된 동무를 때려잡는다는 게 포은으로서 할 소리야?"

    "40 년 지기 삼봉과 포은은 이제 이 세상에 없습니다!
    각자의 대의에 함몰된 두 마리의 괴물이 있을 뿐입니다! "

    정몽주는 눈에 눈물이 가득한 채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한다.

    봄 햇살같이 늘 부드럽던 정몽주는 정도전이 유배 갈 때나 야인으로 살 때나 변함없이 흔들림없이 언제나 지지해 주고 믿어주는 든든한 후원자이며 정도전을 알아주는 친구였다.

    그랬던 정몽주는 정도전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운다는 것을 안 후 부드러움과 40 년 쌓은 우정을 싹 걷고  철천지 원수처럼 일고의 여지도 없이 누명을 씌워 잔혹한 고문을 한다. 

    새로운 나라를 세워야하는 이유를 정도전이 누누히 애타게 간절히 말했건만 언제나 친구의 곁에 있으면서 기뻐해 주고 위로해주고 전적인 신뢰를 보내던 정몽주는 어디로 갔을까?

    대의를 이루기 위해  책략과 야비한 술수와 냉혹함으로 무장한 정도전을 향해 혹독한 정몽주의 질타를 받고 정몽주와 각을 세우면서도 마음속으로는 40 년 지기 정몽주를 언제나 생각하며 친구가 다칠까 봐 걱정하며 끝까지 같이 가려고 몸부림치는 정도전이다.

    그토록 아끼던 40 년 지기 정도전을 가차없이 죽이려고 하는 냉혹한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아름다운 두 사람의 우정이 서로 다른 신념으로 인해 속절없이 무너지는 아픔과 안타까움이 안방극장을 가득 채운다.

    정몽주는 학식과 덕망이 뛰어나 만인의 추앙을 받는 사람이다. 고려에 대한 뛰어난 충성심과 절개와 덕망은 정적 이성계와 정도전를 언제나 감동시켰다. 이성계와 정도전은 그를 누구보다 아끼며 뼛속 깊이 고려의 충신인 정몽주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끝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정몽주는 끝내 정도전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고 오히려 정도전을 간적으로 몰고 간다. 

    오래 되어 헐어버릴 수 밖에 없는 아파트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은 고려를 목숨처럼 아끼던 친구를 죽이려고 하면서까지 고려를  꼭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정몽주의 몸부림이 궁금하다. 

    정몽주는 충절로 깊이 각인된 인물이지만 무엇보다 명예를 중시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