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1 주말드라마(밤 9시 40분) <정도전> (연출 강병택 이재훈, 극본 정현민) 4일 방송에서 타락한 고려정치를 갈아엎고 민본사상에 기초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이상을 부르짖으며 출발한 조재현이 사전개혁에 반대하는 반대파들을 부당하게 제거하는 과정속에서 박영규를 닮아가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정도전(조재현 분)은 반대하는 이성계(유동근 분)를 설득해 사전개혁에 반대하는 이색(박지일 분) 의 당여들을 제거하기 위해 사헌부 조준에게 지시해 비리를 캐내게 한다. 들춰낼 비리가 없으니 3년상 부모상을 채우지 않았다고 어처구니없는 죄목을 씌워 감옥에 집어넣는다.

    감옥에 집어 넣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이색이 사직서를 내자 정몽주(임호 분)는 정도전과 이성계를 찾아가 부탁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이색은 사직하고 정치를 떠난다.

    정도전이 감옥에 갇혀 있는 하륜 등 이색의 당여들을 찾아가자 징그러운 벌레보듯이 외면하며 경멸조로 한마디씩 내뱉는다. 이인임의 조카 하륜은 냉소적으로 말한다. 
     


    "그간 누누이 느껴온 것이지만 사형 참 많이 변하셨습니다!
    갈수록 누구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형이 그토록 싫어했던 사람말입니다!
    알고는 계셨습니까?"  

    오직 권력을 잡으려고 반대한다는 이유로 없는 죄를 조작하여 반대파를 하나씩 제거해 버리는 정도전의 비열하고 냉혹함은 어느새 이인임을 닮아가고 있다.
    하륜과 함께 감옥에 갇힌 이색의 한 당여가 더러운 버러지 보듯 내뱉는다.

    "그만 좀 사라져 주시겠습니까?
    개 돼지 같은 사문난적과 같은 공간에 있자니 이 사람 숨막혀서 말입니다.
    그만 사라져 주시겠습니까?"

    타락한 권문세족들과 썩은 관료들로 인해 고통받는 백성을 피눈물로 바라보며 오직 국민이 민본이 되는 새로운 정치를 한다고 외치며 나선 정도전이 이인임이 죽고 세력을 잡자마자 이인임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권력의 칼을 제멋대로 휘두르자 두려워하기는 커녕 비웃고 모두 유배를 떠난다.
    정도전은 무거운 얼굴과 발걸음으로 감옥을 나온다.

    자신들의 정치 명분으로 입만 열었다 하면 백성을 내세우며 백성들을 이용하는 작태는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다. 그렇게 온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부르짖던 사람이 시작도 하기 전에 백성은 사라지고 권력잡기에 혈안이 되었다.

    세력을 잡자마자 합법적인 근거도 없이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는 정도전의 모습에서 사람만 바뀔뿐 새로운 이인임이 등극한 것 같아 커다란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준다.
     
    [사진출처=KBS1 드라마 <정도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