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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이야기>
서울 김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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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문 가디언이 최근,
김치 종주국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두 가지 이유라는 것이다.
중국의 김치 수출이 한국을 추월하고 있고,
한국 신세대의 입맛이 서구화 돼 김치를 덜 먹기 때문이라는 것.
이러다간 장차 '김치는 중국 것'이라는
새로운 정설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동해가 일본해 되는 것만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다.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실은 나도 김치를 덜 먹는다. 왜?
김치가 갈수록 더 짜지고 매워지고 고리타분해지기 때문이다.
소금 펑펑, 고추 펑펑, 젓갈 펑펑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양념 과잉인 것이다.어렸을 적 내가 먹던 김치는 서울, 근기(近畿) 김치였다.
소금 절임을 아주 조금만 하고, 고추도 적당히,
젓갈은 새우 젓, 그리고 생조기를 넣었다.
그래서 배추의 생생함과 딱딱함이 살아있고,
간은 한 그릇을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도 될 정도였다.
이러니 김장을 산더미(?)처럼 많이 해야 했다.그러다가 북한이 남침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울 김치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경상도 전라도 김치가 북침한 탓이다.
서울사람들의 입맛마저 갈수록 짜졌다.
어머니와 시어머니 세대가 지나가면서 딸과 며느리들은
서울김치에 대한 기억 자체를 아예 잊어버렸다.
역사가 소실된 셈이다.요즘 가정 김치나 시장 김치는,
양념 폭탄을 맞아 곤죽이 돼버린 배추의 기진맥진 상태이지,
생명력이 보존된 ‘살아있는 식품’ 같지가 않다.
한 조각만 입에 넣어도 너무 짜서 오만상을 찡그리게 된다.
그러니 김치를 갈수록 덜 먹을 수밖에.
아이들인들 그런 짜기만 하고 맵기만 하고 풀죽은 김치를
왜 벌 서듯 먹어야 하나, 당연히 안 먹지.우리 것이 중국 것인 양 돼버리는 건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쓰나미야말로
좌익이 말하는 신식민주의, 제국주의, 역사왜곡, 문화침탈 아닌가?김치는 ‘소금+고추+멸치젓’이 아니다.
김치는 야채이고, 야채여야 한다.
소금, 고추, 멸치젓은 주연배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엑스 트라여야 한다.
이 당연한 이치를 살린
옛 근기(近畿) 김치가 먹고 싶다.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