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과점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전에는 경쟁업체가 우후죽순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죠."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상권에서 개인 제과점 '쉐프 조'를 운영하는 조정임 사장이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한 말이다. 아파트단지 주민과 출퇴근 직장인 등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문래동 상권은 조씨의 빵집을 비롯한 제과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곳이다.

    지하철 문래역 출구를 나와 GS강서타워 방향으로 150m정도 떨어진 도로변에 '쉐프 조'가 있고, 이를 기준으로 50m 떨어진 곳에 프랜차이즈 '이지 바이'가, 골목길로 100m쯤 들어가면 '뚜레주르' 매장이 있다.

    또 300m쯤 떨어진 GS강서타워 옆에는 '파리바게뜨' 매장이 있고, 거기서 400m쯤 가면 다른 개인 제과점이 나온다. 게다가 문래역과 붙어있는 홈플러스 직영 매장도 하루 300만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고, 그 옆에는 또다른 파리바게뜨 매장이 있다.

    12일 퇴근시간인 오후 6시께 '쉐프 조'를 찾았을 때 점포 앞에는 지난 해 텔레비전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서 '케이크 4대 천황'으로 소개됐다는 광고문구가 걸려있었고, 손님들도 두 세명씩 꾸준히 들어와 빵을 둘러보고 있었다.

    다음 날 점포가 한가한 오전 11시께 다시 방문했을 때 조씨는 "대기업들이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개인 제과점이 가맹점에 들어오지 않으면 바로 옆에 점포를 내 폭탄세일을 하기도 했다"면서 동료들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중소기업적합업종 무용론'을 놓고 "장사를 안 해봐서 하는 얘기"라면서 "약사만 약국을 운영할 수 있 듯 제과점도 제빵 자격증을 가진 기술자만 차릴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조씨의 가게 뿐만 아니라 12일 퇴근 시간대에 도로 변에 위치한 '이지 바이', '파리바게뜨' 등을 방문했을 때 매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점주들은 대체로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신규출점 제한을 받지 않는 소규모 프랜차이즈 '이지 바이' 매장을 열어 10개월째 운영 중인 서성은씨는 손님들이 산 빵을 계산하는 한편으로 기자와 얘기를 나누며 "지금도 경쟁이 심한데 하나 더 생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인터뷰를 주저하던 파리바게뜨 점주 역시 "당연히 신규 점포의 출점이 제한되면 기존 점포의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전 주인의 경우 장사가 잘 됐으나 주변 상권에 파리바게뜨가 2곳 더 생겨 매출이 크게 감소하자 자신에게 가게를 팔고 나갔다는 것이다.

    반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우연히 만난 최성만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운영위원은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좋지 않은 평가를 쏟아냈다.

    그는 "기존 점포의 월세가 너무 올라 매장을 옮기려 해도 500m 이내면 불가능하다"면서 "차라리 브랜드를 불문하고 모든 빵집간 거리를 규제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13일 정오께 인근의 작은 개인 제과점을 찾았을 때 영업 개시를 위해 바닥청소 중이던 사장은 인터뷰를 사양하다가 조금씩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인근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기면 매출에 타격이 있겠지만 프랜차이즈와 동네빵집은 고객층이 약간 다르다"면서 "불경기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겠지만 규제 이후 매출이 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가 잘 안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나눠먹기 식이 되는 점"이라면서 "최근 몇년사이 반경 100m 내에 커피 전문점이 20곳 넘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말을 듣고 주변을 돌아보니 제과점 뿐만 아니라 커피 전문점과 '미스터 도넛', '던킨 도너츠'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래동 상권의 제과점들은 퇴근시간 장사가 잘 되는 모습이었으나 제과업이 계절 등을 많이 타는 만큼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보였다. 또 신규 프랜차이즈 점포가 더이상 들어오지 않는 데에는 좋게 평가하며 "신규출점 제한이 유지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