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수,목드라마 (밤10시)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연출 김정규 안준용/ 극본 채승대 김진수 고영오 이윤환) 13일 방송에서 동생이 상하이에 있다는 도꾸의 편지를 받고 무작정 상하이에 온 정태는 귀여운 소녀를 만나 편안하게 웃는 모습이 그려진다.

    친동생처럼, 아버지처럼 그렇게 아껴주던 풍차(도달환)가 죽고 나서 정태(김현중)는 싸움판에서 일부러 져 주고 돈을 받는 일을 하며 지낸다. 하루하루 아무 소망없이 되는 대로 살던 정태는 아버지(최재성)가 상하이에서 죽었음을 알게 된다.

    거기다 죽은 줄 알았던 정태의 유일한 삶의 이유인 동생 청아(이지우)가 살아있으니 상하이로 오라는 도꾸(엄태구)의 편지를 받고 무작정 상하이로 가는 배를 탄다.  



    1930년대 상하이는 영국, 미국, 프랑스의 조차지가 있는 화려한 도시였다.  상하이 거리에는 엄청난 사람들로 물결치고 있다. 정태는 넋을 잃고 사람들 틈에 끼여 걷다가 소매치기를 당한다.

    쫓아 가 보니 전대치기 소소(김가은)이다.
    돈을 훔치고 좋아라 웃고 있는 소소앞에 정태가 뒤쫓아 온 것을 보고 놀라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어벙하게 입 벌리고 다니지 마! 상하이에서 그렇게 다니면 하루에도 수 백 번도 더 털려!"


    낯선 타지에서 처음 말을 주고 받은 소소한테 정태는 묵을 곳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소는 자신이 묵고 있는 초라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방이 따로 없는 것을 본 정태는 난처해 한다.

    "벼룩이 진드기가 바글바글하는 곳도 1원이 넘어. 그 쪽 같은 뜨내기는 눈퉁이 맞기 딱 좋고!" 

    소소는 김치찌개를 끓여 갖고 온다. 정태가 숟깔을 냄비에 집어 넣으려고 하자 1 원이라고 한다. 방 값이 1원인데 김치찌개가 무슨 1 원씩이나 하느냐니까 다시 2 원이라고 말한다. 기가 막히지만 오랜만에 보는 김치찌개가 군침을 돌게 한다. 어이없지만 2원을 주고 다시 먹으려고 하는 정태에게

    "방금 3원으로 올랐어!"   

    숟가락을 한 번씩 냄비에 넣을 때마다 폭등하는 물가 세상에 다시 없으리라!
    그래도 소소가 하는 짓이 밉지 않다. 


    정태는 갑자기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험속에서 늘상 초긴장하며 살았다. 자신의 생명보다 더 사랑하는 동생도 잃어버리고 자신을 해치려는 이리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속에서 딩굴며 살았다. 더군다나 풍차가 죽은 충격은 정태로 하여금 웃음을 완전히 잃게 했다.

    그런데 험한 세상을 혼자 사는 소소를 만나서 거처를 구한 정태는 처음 웃는다. 
    거처를 구한 정태는 편안해 보인다. 거처는 비바람을 가려주고 위험으로터 지켜주며 편히 쉴 수 있고 부초처럼 흔들리던 삶을 뿌리 내리게 해 준다.

    당차면서도 천연덕스럽고 천진발랄한 소소를 만나서 김치찌개를 먹으며 정태는 처음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맛본다. 피비린내가 묻어 나지 않는 체온이 담긴 정겨운 말도 오랜만에 듣는다. 시청자들도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편안하다.

    [사진출처= KBS2 드라마 <감격시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