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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드라마 (밤10시) <따뜻한 말 한 마디> (연출 최영훈 극본 하명희) 24일 방송에서 나은진은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남편 김성수에게 선택권을 주었던 무시무시한 파멸의 판도라 상자를 스스로 열고 만다.
김성수(이상우)는 사설탐정업체 사람을 만나서 유재학(지진희)에 존재를 알게 된다. 탤런트처럼 핸섬한 유재학에 대한 기사를 입수하여 읽어보다가 마지막에 '인터뷰어' 가 자기 아내 나은진(한혜진)이라는 것을 보고 고민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린다.
은진이는 처음에 유재학을 만나 사랑하며 잠시 행복했지만 불륜의 그늘을 견지디 못하고 먼저 끝내자고 한다. 누구나 반할 만한 외모와 재력, 40대만이 풍길 수 있는 깊이와 세련됨 뿐만이 아니라 그는 인격적으로도 존경받는 사람이었다.
해와 같이 빛나고 눈부신 파라다이스의 그 달콤함과 행복의 세계에서 구름같이 칙칙하고 가라앉아 있는 무거운 일상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나는데....
헤어지려고 마음 먹었어도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요즈음에 애인 하나쯤 갖는 것은 흠도 아니라는데, 아니 그것도 삐삐 시대 때 얘기고 요새는 '하나도 없는 년들은 문제가 있는 년들이고 오직 능력이 없으면 하나밖에 없느냐? 셋은 있어야 비상사태를 대비할 수 있다'고들 한다는데 라고 합리화하면서 미룰 수도 있었을텐데,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남자를 만났는데, 더군다나 사랑하는데 먼저 헤어지자고 한 은진이는 어쨌든 대단하다.
정리하고 나면 불륜이 주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죄는 달콤하지만 행위의 댓가는 후에 무섭게 뒤쫓아 오는 법!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죄의 댓가가 위협한다. 그 위협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줄 타기를 하다가 그만 미경이의 남편이 재학인 것을 알고 지옥불길속으로 떨어지고 만다.죽음의 문턱을 갔다 온 은진이는 모든 걸 포기한다.
늘 자랑스럽게 여기던 엄마한테 나중에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을 것을 조금은 완화시키려고 예방주사를 놓는다."엄마 딸이어서 좋아!
혹시 실망시키더라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던 거 기억해 줘!"은진이는 남편과 마주 앉는다. 고해성사하는 사람같이 마음을 비운 은진이의 얼굴은 오히려 해맑다.
"가정을 지키고 싶었고.. 당신이 숨겨줬고.. 고마워! 잠시 희망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이상 못 하겠어!
더 이상 숨어서 사는 거 싫어! 이제 방으로 들어 와!
방으로 들어 와 현실을 봐!당신 뜻 따를게!"
"다른 남자 만났었어! 당신에 대한 복수심 아니었어! 그 땐 그거 아니었어!"대학1학년 때부터 만난 결벽증이 있는 은진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혼란스런 생각이 회오리바람처럼 돌아간다.
처음에는 장난하느냐며 왜 그러냐고 믿지 못하던 성수는 아내의 뜨거운 눈물을 처벌을 바라듯이
아무말없이 눈길을 아래로 떨어트리는 것을 보고는 멍하니 할 말을 잃는다.
이어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는다."그래서 잤어! 잤냐구?"
드라마를 보면서 늘 궁금증을 품게 했던 질문이다. 처녀 총각처럼 푸르른 가로수길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싱그런 모습만 사진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푸른 나무처럼 밝은 해처럼 풋풋하고 해 맑게 웃고 있었다.
오래 산 사람들은 진짜 상대방을 위한다면 설사 불륜형장을 들켜도 절대로 자지 않았다고 끝까지 잡아 떼라고 한다.
그런데 어쩌자고 성수는 덮으려고 하는데 은진이는 굳이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복수하려는 마음도 없다면서 자신이 겪었던 지옥을, 미경이를 만나서 어떻게 그 고통을 이겨내려고 그랬냐고 걱정하면서..."죽여버릴지도 몰라!!!"
"아~~~!!!~~"마치 힘쓸일이 있는 장사처럼 성수는 괴성을 지르며 탁자위의 물건들을 때려 부순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제우스의 명을 거역하고 상자를 연 순간 온갖 인간의 불행과 재앙, 죄악이 튀어 나왔다고 한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급히 상자를 닫았고 마지막으로 희망이 남았다고 한다.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인간한테는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에 최후의 절망적인 상황가운데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이 두 사람한테 마지막 남은 희망이 아직은 상자속에 남아 있는 것일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미경이보다 죄를 지은 은진이가 왜 더 불쌍하고 애처로울까?
[사진출처= SBS <따뜻한 말 한 마디> 드라마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