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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등 금융권이 대출규정을 어기고 자금난에 빠진 SPP그룹에 거액의 부당대출을 해줘 부실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경영을 견제하고 자금을 통제해야 하는 채권단의 자금관리단원들도 그룹 측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사적으로 거액을 쓰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홍기채)는 우리은행과 광주은행의 전 부행장과 전 여신심사위원장 등 대출담당자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한국수출입은행·우리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직원 등 6명은 수재·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김모(57·전 부행장)·김모(50·부부장)·최모(43·차장) 등 우리은행 전 현직 여신심사 담당자 3명은 대출 최종결정기구인 여신협의회에 허위자료를 내는 방법으로 2011년 3월 SPP율촌에너지에 1300억원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JP모건이 1천억원을 SPP그룹에 투자하기로 한 계획이 결렬됐는데도 '투자예정'으로 설명하거나 투자금융부가 제시한 대출 부적합 의견을 삭제한 채 여신협의회에 서류를 제출, 은행에 손실을 끼친 혐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모(55·전 여신심사위원장)·박모(47)씨 등 광주은행 전 여신담당자 2명은 SPP율촌에너지에 100억원을 대출하기로 한 최종의결을 뒤집고 의결서를 허위로 만들어 2011년 3월 200억원을 대출해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SPP율촌에너지는 2012년 6월 부도가 나 두 은행은 아직 대출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SPP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PP조선은 2008년 말 리먼 사태 이후 선박수주가 급감해 경영상태가 나빠지자 2010년 5월 11개 채권금융기관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자금출입을 감시·통제하기 위해 11개 금융기관은 공동으로 SPP조선에 관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우리은행·한국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국민은행 직원 등으로 구성된 자금관리단 간부 6명은 2010년 말~2012년 초까지 SPP조선에서 월 5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받아 골프장과 주점 등에서 각각 700만원~3천600여만원씩을 사적으로 썼다.
검찰은 법인카드로 3천650만원을 개인적으로 쓴 자금관리단 부단장 김모(60·전 한국수출입은행 부장)씨를 구속기소하는 등 6명 모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 사이 이낙영 SPP그룹 전 회장(지난 9월 구속기소) 등 경영진은 SPP조선의 자금 3천200억원을 빼내 다른 계열사에 지원했다.
검찰은 자금관리단이 경영견제 임무를 소홀히 해 회사 운영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했다.
2012년 6월 채권단은 SPP그룹에 4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해야 했다.
검찰은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지난 9월에 기소한 이낙영 전 회장 등 SPP그룹 임원 3명은 이들 자금관리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2006년까지 평균 5억원가량 받던 연봉을 2007~2012년 사이 멋대로 올려 5년간 142억원을 급여로 타간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한모(49·SPP머신텍 이사)씨와 김모(50·SPP조선 부사장)씨 등 2명이 협력업체로부터 단가·계약유지 등 명목으로 수천만원씩을 받아 쓴 개인비리도 밝혀내 기소했다.
이에 앞서 이낙영 SPP그룹 회장은 2009~2011년 사이 회사 자금을 멋대로 빼내 자신의 주식 매수자금으로 쓰거나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하는 등 방법으로 SPP해양조선, SPP머신텍, SPP조선 등 계열사에 3천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대형 조선소에 선박 블록, 부품 등을 납품하다가 2000년대 중반 조선 호황기 때 신조사업에 뛰어든 SPP그룹은 한때 재계 순위 35위까지 급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면서 9개까지 늘었던 계열사 대부분이 매각되거나 청산, 다른 계열사에 흡수됐다
현재 SPP조선, SPP로직스 두 곳만 남았다.
검찰은 2010년 5월 자율협약 체결 전 11개 금융기관이 SPP그룹에 가진 여신규모를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해 2조3천억원으로 추산했다.
2012년 4천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단계적으로 2천500억원이 지원되는 등 자율협약 체결 뒤에도 6천500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