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 1주기에 도착한 [대통령] 화환,국회 파행, 민생법안 실종에 예산안 통과까지 불투명..음(陰)으로의 정치 부재..궂은 일 하려는 비선라인 없어
  • 모든 사물에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듯,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정치(政治)에도
    양(陽)이 있으면 음(陰)이 있다.

    과거에는 정치의 음(陰)이라는 게
    불법이나 로비를 위한 향응접대 등
    [더러운 일] 혹은 [나쁜 일]로 해석됐지만,
    정치도 많이 양성화된 요즘은 얘기가 다르다.

    공식적인 회담으로는
    나눌 수 없는 속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한 상대방의 이해와 양보를 얻어 낸 뒤,
    협상과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 그것이다.

    이런 과정은
    공식적인 교섭 과정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싸움이나 갈등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소통(疏通)이다.
    뜻 그대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
    오해가 없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소통의 부재(不在).

    박근혜 대통령을 늘상 따라다니는 이 표현은
    <박근혜 정부>가
    이런 음(陰)으로의 소통에 취약하다는 비판이다.

    물론 1차적 원인은
    [말도 안되는] 억지만 부리는
    야권에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진 대통령이
    무작정 눈과 귀를 막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권 고위층에서도
    야권의 [불통의 대통령]이란 비판에
    이렇다 할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불통 논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외교-안보에서 굵직한 성과를 일궈내고
    침체된 경제 활성화 부분에서도 미약하나마 청신호가 나타나는 등
    <박근혜 정부>가 큰 틀에서는 호평을 받으면서도
    말실수나 스캔들과 같은 세련되지 못한 모습으로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집권 첫해부터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법안이나
    다음 해 예산안 처리까지 걱정하는
    지금의 청와대를 보면
    이런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다.

  •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딱 1년 전 오늘. 2012년 12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을 오랫동안 수행한
    한 보좌관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강원도 유세를 지원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故 이춘상 보좌관.
    그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으로 세상에 나온
    1998년부터 함께 한 그야말로 최측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고,
    귀찮고 힘든데다 윗사람에게 불편한 말도 전해야 하는
    [음(陰)으로의 정치]를 도맡아 한 인물이다.
    유력 국회의원의 보좌관이 휘두르는 권력에
    본능적으로 눈쌀을 찌푸리는 여의도 정가에서도,
    유독 이 보좌관에 대해서만은 평가가 긍정적이다.
    흔치 않은 일이다.
    다른 보좌진들과는 달리
    언제나 [YES]만을 외치지 않았고,
    막강한 차기 권력자이자 유력 [여성] 정치인이라는 조건에
    선뜻 다가가기 힘든 박 대통령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소위 [문고리 권력]들이 이제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춘상 보좌관을 추억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청와대 주변을 감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불통의 딜레마는
    이 보좌관의 죽음 이후
    음(陰)으로의 정치 흐름이 끊어졌기 때문이라는 되뇌임들이다.
    "이춘상 보좌관이 있었다면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많이 완화됐을 거다. 

    지금의 청와대는
    야당은 물론 여당도
    대통령에게 말 한마디 전하기 힘든 분위기다. 

    좋은 조언과 직언도 전할 길이 없는 이런 환경이
    사람들을 많이 답답하게 하고 있다."
       -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


  • ▲ 고 이춘상 보좌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자료사진
    ▲ 고 이춘상 보좌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자료사진

    #.

    늘 그래왔던 것처럼 국회 파행으로 얼룩진 2일.
    청와대가 민생 법안과 내년 예산안 처리를 읍소한 이날.
    그리고 이춘상 보좌관이 세상을 떠난 지 1주기가 되는 이날.

    이날 이 보좌관의 영정이 안치된 일산 추모공원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가 배달돼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이
    경북 안동과 경주로 장거리 출장을 떠난 와중에도
    이 보좌관에 대한 마음을 잊지 않고 표현한 것이다.
     
     
  • ▲ ⓒ 정상윤 기자
    ▲ ⓒ 정상윤 기자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편안한 곳에 가셔서 
    영원한 축복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 이날 추모식에 걸린 박 대통령의 편지


    측근들의 회상을 모아보면 
    이 보좌관의 장례식 날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춘상 보좌관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를
    모두에게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 보좌관이 맡아 왔던
    [음(陰)으로의 정치]에 대한 필요성을 깊게 고민하고 있을테다.
    정치 9단,
    선거의 여왕이 이를 놓칠리는 없다.

    억지 논리를 펴고 있지만,
    미우나 고우나 앞으로 3년간 함께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할
    야당 의원들을 끝내는 설득해야 함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비선 라인이 없다는 점은
    박 대통령을 더욱 안타깝고 외롭게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보좌관의 했던 일을
    뒤이어 할 사람도 주변에 없다는 점이다.

    이미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던 인사들은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 들어가 막강한 권한만 휘두를 뿐,
    궂은 일을 찾아하려 하지않는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야당이 온갖 [음모론]과 [대통령 하야]까지 외치는 지금이야 말로 
    [불의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휘하에
    불의가 아닌 [협상 가능한] 사안을 찾아내고 고언하는
    [제2의 이춘상]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한다.


    [사진=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