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靑 분위기, 단절된 대화와 대립 끝에 사실상 [선전포고]
  • 오늘도 청와대는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부터 쭉 이어져 온 무거운 공기다.

    좋은 일도 한번 있을 법도 한데 웃는 일 한번 없다.

    한번은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70%를 육박했을 때.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가 [하이 파이브]를 외쳤다가
    박 대통령에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며
    호되게 혼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청와대가 침통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야당, 민주당 때문이다.

    매일 정쟁을 벌이고
    비판과 비난만 일삼아서가 아니다.
    정부가 국정 과제를 추진할 때,
    혹은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 인선마다
    발목을 잡아서도 아니다.

    정치만 수십년 했다고 자부하는
    [정치꾼]들이 득실거리는 청와대에서
    야당의 이런 역할(?)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툭 털어 얘기하면 청와대가 침통한 이유는 하나다.

    야당이 <박근혜 정부>를 정부로 인정하지 않아서다.

    지난해 대선 이후 민주당의 목소리는 줄곧 한 곳으로 이어진다.
    본인들은 부정하지만
    그들이 빙빙 돌려가며 주장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 하야]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개입한 대선에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는 문재인 의원의 말은
    민주당의 이런 심정을 여실히 드러낸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자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는 듯 조용히 동조하는 민주당의 현재 모습도
    청와대가 지켜보기에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뉴데일리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은 우리와 관계없다.”

    “국가 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철저히 처벌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

    “아직 사실로 드러나지도 않은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여론을 선동하지 말라.”


    지난 1년간 박근혜 대통령이
    입과 행동을 통해서 꾸준히 주장해 온 말이다.

    어찌됐든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청와대로서는
    야당과 협의하고 달래서 끌고 가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온
    설득과 또 설득의 과정이었다.



    그렇게 1년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씩 변하는 것이 보인다.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25일, 한달만에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쏟아낸 박근혜 대통령의 일갈은 매우 강경하다.

    지금 북한은 연평도 포벽 도발을 뉘우치기는커녕
    이제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장병들과 묵묵히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큰 아픔이 될 것입니다.”


    회의에 참석한 수석비서관들에게는
    불의에 굴복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

    국민을 대신해서 일하고 계신 분들인 만큼
    국민을 위해서 잘못된 그 어떤 것들에도
    결코 굴복하거나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일해 주시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야당을 향한 발언 수위를 미뤄 봤을 때
    박 대통령이 이날 쏟아낸 말은
    야권을 향한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발언이기에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기에
    이 선전포고가 두렵게 느껴질 만하다.

    야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그래서 유신이라도 또 하겠다는 거냐"는 비아냥이 나돌기 시작했다.


  • ▲ 24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애국단체들이 [정의구현사제단 해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24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비롯한 애국단체들이 [정의구현사제단 해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최근 청와대의 행동거지만 봐도
    요즘의 이런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들어줄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민주당과 야권의 목소리에
    점점 귀를 닫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의 [대통령 하야] 발언에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일상적인 브리핑으로 입장을 밝혔을 뿐,
    그 이후에는 입에도 올리지 않는다.
    계속되는 민주당의 도발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끝까지 [대통령이 백기를 들게 만들겠다]는 민주당의 행태도 한심하지만,
    이제 집권 1년차에 점점 마음을 닫는 청와대의 모습도 안타깝다.
    청와대는
    만 개의 귀를 열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기관이고, 

    대통령은
    5천만 국민의 온갖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내야 하는 자리이다.


    이날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회의 발언에 대해 쏘아붙인 말이다.
    과연 민주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진 않지만,
    청와대 역시 한두번 해명으로 국민들이 설득되지 않는다고,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다물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대화가 안된다]며
    벌써부터 "더 이상의 분란 조장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윽박지르기에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 역사에서 받은 상처가 너무 크지 않은가 싶다.
    광우병 폭동을 통해 경험을 습득한 민주당이 원하는 바도 
    결국 눈닫고 귀닫은 청와대가 되길 바라는 것이며,

    또 여기에 실망한 [힐링 받길 원하는 약자]들을 선동해
    자신들이 다시 일어날 양분으로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사진=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