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시대, 덩샤오핑 넘어 '깊은 개혁' 본격화
한계점 이른 모순에 광범위한 개혁 청사진 제시
체제 개혁 한계·기득권 반발 예상 과제는 추상적
(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으로부터 시작된 개혁·개방을 한층 심화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는 1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통해 집권 10년의 청사진을 밝히며 '개혁 심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회주의 중국이 30여년 개혁·개방을 통해 도입한 시장경제를 더 발전시키고 독버섯처럼 자란 병폐를 치유함으로써 건전한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지는 이날 3중전회에서 통과된 '전면적 개혁심화에 관한 약간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중국 공산당 중앙 결정'에 담겼다.
◇ 시진핑 시대 청사진의 특징은 '개혁 심화'
이번 3중전회가 개혁을 강조한 것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지만 '심화'에 무게 중심을 둔 것이 특징이다.
덩샤오핑은 1978년 11기 3중전회를 통해 좌측으로 치우쳤던 노선으로 바로잡고 개혁·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어 1984년 12기 3중전회에서는 '경제체제 개혁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기틀을 만들고 농촌에 국한된 경제개혁을 도시로 확산했다.
이후 1993년 장쩌민(江澤民) 시대 14기 3중전회에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공식화 한데 이어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 시대 16기 3중전회에서는 헌법상 사유재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30여 년을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은 시진핑 집권기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 깊고 광범위한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시 총서기도 지난 7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주요 지방정부 지도자들과 가진 좌담회에서 "우리가 직면한 일련의 모순과 도전에 대응하는 데 있어 관건은 개혁의 심화"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 최고 지도부에도 개혁·개방은 멈추거나 후퇴할 수 없고 오로지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발표된 5천자가량의 3중전회 공보에서도 '개혁'이라는 단어가 59회로 가장 많이 쓰였고 '심화'는 30회로 '제도'(44회)에 이어 세 번째로 자주 등장했다.
'시장'(22회), '민주'(13회), '혁신'(13회), '공평'(11회) 등도 빈번하게 쓰인 낱말로 꼽혔다고 중국 매체들이 분석했다.
◇ 개혁·개방 속 한계점에 이른 모순에 절박감
개혁·개방이 흔들림 없이 이어져온 가운데 이처럼 '깊은 개혁'의 절박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해 고속 성장을 구가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지만 함께 자란 사회적 모순들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계층과 지역 간 소득 격차, 경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관행처럼 굳어진 관료들의 부패, 자본주의 문화 확산에 따른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 등이 속출하는 양상이다.
정치적으로는 입헌정치 강화 등 정치 개혁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가 하면 보수 세력은 개혁·개방이 당의 통제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리커창 지도부는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면서도 각종 모순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을 심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번 3중전회도 "전면적인 개혁 심화는 지속적인 발전과 중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건"이라며 "경제건설의 중심으로도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공보가 전했다.
시 총서기가 취임 이후 관료주의 타파와 근검절약을 강조하면서 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것도 이런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리 총리도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가 바탕이 된 인구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보너스였다면 앞으로는 개혁을 보너스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체제 개혁 한계…기득권 반발 예상 개혁은 추상적
시진핑 지도부는 당내 민주화 강화, 정부에 대한 감시 강화 등을 강조하긴 했으나 체제 개혁과는 거리를 둬왔다. 이번 3중전회에서도 헌법과 법률의 권위를 유지하고 행정체제를 개혁하는 것으로 정치·행정부문의 개혁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당·정기관 인사들에 대한 부정부패 척결, 권력에 대한 제약·감독 강화, 법치 강화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개혁이지만 체제 개혁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국가안전위원회'를 창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체제 수호를 위한 사회 통제나 일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기도 했다.
공보는 기존 인민대표대회 제도와 공산당 주도의 정치협상제도를 보완하는 동시에 부패척결과 청렴한 정치를 위한 제도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기득권층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국유기업 개혁과 상속세 도입을 비롯한 세제 개혁, 소득 분배 개혁 등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국유기업 개혁과 관련해서는 공보에서 '국유기업의 현대기업제도 도입 추진'으로만 언급돼 있다.
개혁·개방기 가치 분배구조에서 강자로 군림해온 권력 핵심층은 물론 자본 축적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온 부유층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개혁 심화를 강조한 이번 3중전회의도 오랫동안 누려온 권한이나 이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계층을 얼마나 개혁에 동참하도록 유도해 내느냐하는 과제를 상당부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