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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신세계 `변종SSM 중단' 약속에 싸늘
"대기업 간판 떼도 상품공급점 골목잠식 여전"
신세계가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SSM) 의혹을 받는 상품공급점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SSM 이후에 상품공급점으로 다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은 대기업의 `공약'(空約)이 아닌 정부의 실질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 "소비자가 상품공급점을 이마트로 오해할 수 있는 간판 부착, 유니폼 지원, 경영지도를 대행해주는 변종 SSM 사업을 일절 진행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3일 "단순히 간판과 유니폼 등 대형 유통업체의 색깔만 지운다고 상품공급점의 골목상권 잠식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의 한 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상품공급점이 대기업 간판을 달고 장사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일반 슈퍼보다 저가에 물건을 공급받는 것"이라며 "상품공급점이 늘면서 슈퍼들이 조합에서 사는 물량이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상품공급점에 계속 물건을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이상 상품공급점에 가입하지 않은 슈퍼들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품공급점과 직접 경쟁하는 소매상들만 피해자가 아니다.
물건을 공동 구매해 회원 슈퍼에 공급하는 지역 슈퍼마켓협동조합과 중소 도매상은 대기업이 상품공급점을 통해 도매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다른 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도 상품공급점에 가입하면 물건을 싸게 받는 것을 알지만, 조합이 죽으면 언젠가 대기업에 먹힐 것을 걱정한다"면서 "중소 도매상이 사라진 다음 대기업이 가격을 안 올린다고 보장할 수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신세계가 중소 유통업체와 상생협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깬 `전력'이 있는 것도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신세계는 지난 2010년 5월 중소 슈퍼마켓의 가격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마트가 슈퍼마켓조합이나 체인본부를 통해 상품을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중소기업청 등과 체결했으나 이를 파기하고 상품공급점 사업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청도 최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상품공급점 확대로 소상공인이 당한 피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연내 산업부와 공정거래위 등 관계부처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상품공급점 문제가 일반 SSM처럼 소상공인·대기업 간 대립구도가 아니라 상품공급점과 일반 슈퍼가 경쟁하는 소상공인 간 갈등구도가 될 수 있어 고민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대책 마련이 어려운 게 상품공급점도 소상공인이라는 것"이라며 "상품공급점을 직접 규제하면 대기업이 아닌 가맹점인 소상공인을 규제하는 꼴이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내는 중소기업중앙회도 상품공급점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적으로 반대를 못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