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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횡령 사건에 연루된 총수 형제가 항소심에서 동반 구속됐다. 법원은 재벌총수로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27일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53) SK 회장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동생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도주의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했다.
최 부회장은 "도망가지 않겠다"며 구속하지 말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허황되고 탐욕스러운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재원의 자백, 김준홍의 진술, 그 밖의 각종 정황 증거 등을 통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충분히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예비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김준홍 진술은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일관성, 구체성이 있어 명백하게 믿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밝히면서 기업 범죄에 대한 엄벌 의지를 표명했다.
재판부는 "대규모 기업집단 최고 경영자가 사회적 책임을 도외시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무시한 채 지위를 악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경제 질서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에 관해 "배임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2008년 사면·복권된 적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미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진술을 번복해 온 피고인들 태도에 대해서도 꾸짖었다.
재판부는 "범행을 숨기려고 진실과 허위를 넘나들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을 조종할 수 있는 듯 행동했다"며 "규범의식이나 준법정신, 재판제도나 법원에 대한 존중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은 1심의 기본 전제를 뒤바꾼 것이다. 앞서 1심은 공소사실의 주요 쟁점을 정리하면서 김원홍에게 송금된 돈의 사용주체를 '최태원이거나 최재원'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유죄면 동생 부회장은 무죄라는 전제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심리 중에 공범으로 기소된 두 사람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달리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도 "최재원이 검찰 수사부터 1심까지 범행을 자백했는데 항소심에서 이를 번복하고서 최태원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며 "무죄인 최재원이 무죄인 최태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백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두 사람을 모두 유죄로 보고, 최 회장의 지시가 범행의 결정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점, 최 부회장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각각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항소심에서 주요 쟁점이 된 횡령 이외에 IFG 주식 고가 매입에 의한 약 200억5천만원 배임 혐의가 추가로 유죄로 판단돼 양형에 반영됐다.
재판부는 이밖에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장모 전무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전날 밤 대만에서 국내로 송환된 뒤 최 회장 형제 측 변호인이 각각 변론재개를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김원홍의 인간됨으로 미뤄 최태원의 주장에 부합하는 통화기록을 전혀 믿을 수 없다. 더욱이 증인신문은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 회장은 SK텔레콤 등에서 베넥스에 선지급한 자금 중 465억원을 중간에서 빼돌려 김원홍씨에게 송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최재원 회장에게는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김준홍 전 대표는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