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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內亂)이 별거냐!
이 덕 기 / 자유기고가요즘 더위가 한풀 꺽여 조석(朝夕)으로 좀 지낼만하다. 그런데 이상한 ‘영웅놀이’와 황당한 ‘코메디’로 인해 연일 덥다. 아주 무덥다.
존경하옵는 그 의원님의 비틀린 웃음과 그 뒤에 보이는 으스스한 세습독재의 그림자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그 주위를 둘러싼 조연(助演)(?)들의 괴이한 행태는 무엇을 의미하는 지...
“『총(銃)은 부산에 가면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은 농담으로 한 말인데 발표자가 마치 진담인 것처럼 발표했다고 한다.... 한 두 명의 말을 근거로 내란 모의니 내란 선동이니 한다면 그야말로 우리는 단 한 사람도 농담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 혁명을 위해서 사법시험 공부를 한 똑똑한 여자
“000 의원 쪽도 국정원도 다 제정신 아닌 것 같네요. 말로 하는, 그것도 벌써 철지난 병정놀이 하는 건데, 거기에다 내란음모죄를 씌우는 황당한 정치공작, 백주의 정당 당사 난입까지... 자유당 시절 데 자뷔!” - 그 여자와 그 당의 공동대표를 같이 했던 “싸가지 없는” 남자
“단선연계 복선포치(單線連繫 複線布置)” 조선노동당, 즉 세습독재 정권의 남한내 지하당(地下黨) 건설 원칙이다. “자신의 위, 아래 인물이 누구인지 알 수는 있지만, 다른 라인에 대해서는 서로 알 수 없게 조직을 꾸린다. 그리고 그런 지하당을 여러 개 만든다. 조직 보안과 역할 분담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갈아엎으려 했던 ‘존경하옵는 의원님’이 국회에 진출하게 된 경위를 보면 분명 맞는 원칙인 듯하다. 반국가단체 조직원으로 수감 중인 자에 대한 사면과 복권, 그리고 연대(連帶)를 통한 국회 입성(入城)은, 서로 다른 라인이 하나의 상부선(上部線)으로부터 각기 “국회에 진출시켜라!”와 “국회에 진출하라!”는 지령을 따로 받아 실행한 결과가 아닐까? 물론 두 개의 라인은 결코 ‘연계’(連繫)되어 있지도 않으며, 상부선이 하나라는 사실도 모르게 말이다. 그냥 자연스러운 ‘못된 정부에 대응한 정파(政派)간의 연대’일 뿐... 그러니 ‘존경하옵는 의원님’ 일당을 철저히 사법처리한들 대한민국 내 암약(暗躍)하는 종북 좌익세력이 전부 없어질 수 없다. 아마도 음흉하게 웃고 있는 세력이 있을 것이다. 내심(內心)으로는 “저들이 전부인 줄 알겠지?”하면서, 국민들에게는 “그래 존경하옵는 의원님 일당이 친북 빨갱이지 나와 우리는 아냐! 그야말로 진보세력이 아닌가.”라고 당당하게... 오히려 국민들을 속이기 쉬운 여건이 마련됐다고 쾌재(快哉)를 부를 것이다. ‘존경하옵는 의원님’ 일당은 ‘빙산(氷山)의 일각(一角)이 맞다.
이런 가운데 위의 그 여자와 그 남자는 ‘존경하옵는 의원님’의 내란음모에 면죄부(免罪符)를 주기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성격의 코메디(?)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여자의 얘기는 “몇 자루의 총으로 무슨 내란이냐”는 것이고, 그 남자의 말에는 “시대착오적인 극좌(極左) 모험주의가 오히려 정권을 이롭게 했다”는 뜻이 담긴 듯도 하다. 진실로 그럴까. 내란 실현의 가능성이 없을까?
물론 탈취하(강제로 뺏)거나 절취(도둑질)한 총 2〜3 자루로 특공대를 조직하여 가스 저장소나 통신시설·변전소를 습격해서 점령하면 극심한 혼란이 온다. 그럴 수도 있다. 일종의 내란이다. 그렇다고 탱크로 무장하고 정밀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과 전폭기를 가진 우리 국군에 대항해서 이긴다고. 천만에 말씀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하지만 다음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그것도 자유민주주의가 범람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직시(直視)해야 한다.
= 어느 가을 주말 초저녁, 공기도 상쾌하다. 많은 사람이 청계천과 광화문 일대에서 풍성한 가을 행사를 즐긴다. 그 가운데는 청계광장에서 5〜600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한다. “국정원을 개혁하라”·“대통령은 사과하라”. 여러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정치집회에 아랑곳하지 않고 폭죽놀이를 하는 젊은이 들이 웃고 떠들고 있다. 함성, 폭죽 터지는 소리, 떼 지어 웃는 소리 등등 여러 소음이 어우러진다. 그런데 갑자기 촛불집회 단상 옆에 있던 여학생 두 명이 피를 쏟으며 비명과 함께 쓰러진다. 누군가 소리친다. “애들이 총에 맞았다!” 순간 여기저기서 술렁거린다. 잠시 뒤에 단상에 뛰어 오른 청년이 마이크를 잡고 외친다. “000 대표를 겨냥한 경찰의 총에 단상 옆 학생이 맞은 것 같다. 민주시민 여러분! 침착하십시오.”... 그 이후 상황은 더 이상 글로 적지 않아도 된다. “시신(屍身) 사수(死守)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순식간에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마비(痲痹)가 된다. 총상(銃傷)의 진상규명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대한민국은 없어질 지도 모른다.=
결코 ‘농담’이나 ‘철지난 병정놀이’가 아니다. 세습독재와 그 추종세력의 여러 꼼수와 음모를 경계해야 한다. 저들에게 우리의 상식(常識)은 결코 통하지 않는다.
<더 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