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이 일본의 적기지 공격력 보유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일본 매체들이 28일 보도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28일 제2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가 개최중인 브루나이에서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오노데라 방위상은 회담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삼는 적기지 공격력 보유와 관련, "일본과 미국의 역할 분담 중 하나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확장억제'(미국의 동맹국 등에 대해 제3국이 핵공격을 위협하거나 핵능력을 과시하려 할 때 미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에 확장하여 제공하는 것)를 보완하는 능력을 검토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유사시 미군과 자위대 간 협력 매뉴얼인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논의를 통해 일본의 적기지 공격력 문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가을 일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일 외무·국방장관 회담(2+2)이 논의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적기지 공격력이란 북한 등이 미사일을 발사할 조짐이 있을 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등을 가리킨다.

    일본은 평화헌법과 전수방위(專守防衛·상대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 한해 방위력을 행사하는 것) 원칙에 따라 순항미사일 같은 선제 공격용 무기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2004년에는 5개년 방위력정비계획 개정 초안에 사거리 300㎞의 순항미사일을 연구개발한다는 항목을 포함했다가 "전수방위 원칙에 명백히 위반되며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작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지난 2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등을 계기로 정부의 헌법 해석을 조금씩 바꾼 끝에 최근에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도 헌법이 인정하는 자위(自衛)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어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새 방위대강(10개년 국방계획) 중간보고에서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관련,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다시 검토, 종합적인 대응능력을 확충한다"고 명기했다.

    북한발 위협을 명분으로 일본이 적기지 공격에 필요한 공격용 무기 보유를 추진할 경우 일본 평화헌법이 규정하는 전수방위의 틀을 흔들게 된다는 점에서 미일 간 논의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또 일본의 적기지 공격력 보유는 1차적으로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한 채 논의되고 있기 때문에, 헌법상 북한을 영토 범위에 포함하고 있는 한국에도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논의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실무적으로 검토됐던 브루나이에서의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개최하지 않는 쪽으로 조정됐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