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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안타깝기도 하고, 또 분노 때문에 참을 수 없었어요"- 민백두 감독
지난 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영화<48미터>의 감독 민백두와 만났다.
서글서글한 미소가 인상적인 민 감독은
“요즘 시사회와 영화 홍보 때문에 정신이 없다” 면서도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자유를 찾아 압록강을 건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48미터>는 300명이 넘는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치밀한 사전조사를 통해 제작된 영화다.
덕분에 생생하고 사실감 있는 묘사로 영화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참혹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재조명한 이 영화는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시나리오를 쓰면서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는 민 감독은
“북한의 실상에 대해 한 번쯤 관심을 가져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 한다”며
작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가? 이번이 데뷔 작품이던데?
2004년 개봉한 여고생 시집가기란 작품의 각본을 맡았었다.
그 이후 8년 정도 지났다.
계속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계속 엎어지고, 별 우여곡절이 많았다.
써 놓은 시나리오도 많다.
하지만 계속 연기되고 일이 잘 안 풀리다 보니 여러 회사를 전전했다.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언제부터인가?솔직히 이 영화 이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일반인들 수준 정도였다.
KBS의 통일전망대, tv조선이나 채널A에서 하는
북한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예능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정도에 불과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게 됐는데
그걸 하면서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자료수집이라는 게 영상이나 서적을 보는 게 아니라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실상을 듣고 너무도 깜짝 놀랐다.
예전에 시사회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탈북자들이 밝힌 북한의 실상에 비하면
이 영화의 수위는 높은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 그들의 삶은 [홀로코스트 그 이상]이다.
그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안타까웠다.
시나리오를 위해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다 보니
마음 깊숙이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어야 했는데,
그만 키보드에 손을 올려두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냥 한 방울이 아니라 흐르는 수준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지금은 북한 이야기만 나와도 다 찾아 볼 정도이고
관심도 그 쪽으로 향해있다.
-기억에 남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는?(촬영)현장에 탈북자 출신 슈퍼바이저가 하나 있었는데
아주 밝고, 말도 많고, 활발한 친구였다.
도강 촬영 장면이 있던 날이었다.
그런데 강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조용히 있는 그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조용해 보이기에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강 건널 때 생각이 나서 그렇다”고 답했다.
“목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고,
총 맞을까봐 겁이 나서 뒤 돌아 보지도 못하고 건넜다”고 했다.
영하가 넘는 날씨였음에도
“너무 두려워서 추운 줄도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안타깝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북한을 다뤘던 이전의 다른 영화들과의 차별 점은?
그간의 북한을 다룬 영화는
남측에서 보는 북측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다소 희화화 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들에 대한 이해 측면에 있어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이번엔 [북한 사람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탈북자들의 의견이 있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 보고자 했다.
그들의 실상을 그대로 담아보려 노력했다.
-어디서 촬영했는가?중국 장백현에서 양강도 혜산 시내가 잘 보인다.
사진을 찍어 그나마 비슷한 곳을 찾았는데 그곳이 [제천]이었다.
아무리 비슷한 곳을 찾았다고 해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전봇대가 나무로 되어있다.
또 전선도 몇 개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봇대는 대부분 쇠 아니면 돌로 되어있다.
그런데다가 전선도 많다. 가끔씩 도시가스관들도 보인다.
또 북한은 갈탄을 떼서 굴뚝이 매우 높다.
이런 디테일 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 좀 아쉬웠다.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는가?이 영화 찍으면서 부처님 다 됐다.(웃음)
너무 춥고 통제할 것도 많고,
강행군을 하다 보니 서로들 스트레스도 많았다.
특히 영하 28도를 넘나드는 날씨 때문에
너무 추워 배우들을 비롯해서 스태프들까지 모두 예민했다.
다음엔 좀 편하게 찍고 싶다.(웃음)
-이번 영화는 흥행을 생각했는가?이번 영화는 흥행보다는 의미, 보람 쪽에서 생각했다.
내가 뛰어나게 연출을 해서 많은 관객이 관람해도 좋겠지만,
감정에 호소한다던지 억지로 보게 하는 것 보단
관객이 스스로 느끼고 "이 영화 정말 좋다"
이런 식으로 입소문이 잘 나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많다. 일단은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 제작비 문제가 가장 컸다.
아무래도 표현하고 싶은 건 많은데,
범위가 한정되고 소품, 의상 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또 아무래도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옷이나 소품을 구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직접 중국에서 가져와 사용하기도 했다.
촬영 부분에 있어서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촬영하길 바랐지만
제작비가 충분치 못하다 보니 시간에 쫓겨 원하는 만큼 다 찍지 못했다.
하루에 8신을 찍은 적도 있다.
총을 쏘는 장면도 매우 생략 돼 있다.
-좋아하는 감독은?로베르토 베니니를 좋아한다.
인생은 아름다워, 시네마 천국, 지중해 같은 영화들을 좋아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 모두 이탈리아 영화다.
-영화에 대한 철학이 있는가?난 성선설을 믿는다.
인간이 착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간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앞으로 찍을 영화 역시 어떤 장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애 코드가 들어간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내적으로는 그렇고 외적으로는 영화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라면 제작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제작에 투입되는 비용은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날 믿고 맡겨 준 건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손익분기점은 맞춰 주려고 노력하는 게
작가적 양심이라 생각한다.
-다음 작품 계획은?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투자사에 한 번 갔다 왔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알고 있다.
이번에는 코미디일 예정이다.
-어떤 이야기인지 살짝 이야기 해줄 수 있는가?아직 투자 단계라 자세히 말하기는 곤란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이번 영화 같은 경우)흥행적인 면은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이 시대에
북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나마 북한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어내기 위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한 사람만이라도 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의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