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페이퍼컴퍼니 탈세목적 아닌 곳도 있어"금융권, '제2의 김석기 또 있을까'
  •  

     

    박근혜 정부로 들어선 이후,
    <한화> 김승연 회장과 <SK>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CJ> 이재현 회장까지,
    기업 비자금에 대한 고강도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재계의 긴장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특히 은행 담보권 확보를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선박을 등록하는 [해운업계],
    해외 진출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이를 만드는 [금융업계]의 마음이 좌불안석인 것.

    통상 해운업계는,
    특수목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다.

    선박 금융을 해주는 금융권이,
    선박에 대한 담보권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하는 절차나 마찬가지다.

    대부분 1조원을 넘는 선박 발주 비용을,
    한꺼번에 납부할 수 없기 때문에,
    해운사는 금융기관(대주단)에 선박 금융을 받고,
    일정 기간에 걸처 대금을 납부하게 된다.

    대주단은 보통,
    돈을 빌려간 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담보권을 강화한다.

    배 한 척을 위해,
    해운사 전체를 담보로 잡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국내 30대그룹 중,
    [파나마], [케이만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7곳의 대표적 조세피난처에 종속법인을 설립한 그룹은,
    16개이며,
    법인 수는 281개에 달한다.
     
    또한 16개 그룹 중,
    가장 많은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은 <STX>로,
    선박금융 관련 특수목적법인(SPC)이 94개나 된다.

    다음으로는 <한진> 79개,
    <SK>가 59개 법인을 설립했으며,
    <한진>과 <SK>는 둘 다,
    자회사인 <한진해운>과 <SK해운>을 통해,
    [파나마]에
    각각 77개와 51개의 선박금융 관련,
    종속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선사 등록현황은
    <한진해운> 76개,
    <SK해운> 52개,
    <현대상선> 47개 등으로,
    약 449개의 SPC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해운업계 관계자는,
    SPC가 각 나라마다 분산된 경우,
    각국의 법과 규정 때문에,
    해운 운임 등에도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다만 편의치적국에 SPC를 등록시키면,
    세계 해운사들이 같은 조건 하에 경쟁할 수 있고,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익 현황을 외환당국 및 정부에 신고만 하면,
    편의치적은 모두 합법적인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해운업의 특수성은 충분히 고려하지만,
    조세피난처 불법 외환거래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신고 누락-타인 명의 차용 등에 대한 사실 여부 등은,
    앞으로도 기업별로 철저히 밝혀낼 것 이라는 입장이다.

    숨죽여 긴장한 처지는,
    [금융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30일 발표된 3차 명단에,
    이미 [페이퍼컴퍼니]를,
    6개나 보유한 인물이
    전 [중앙종금] 사장 김석기 씨로 드러났기 때문.

    김석기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월가(베어스턴스증권사)를 거친 인물로,
    국내 증권사들을 거친 뒤,
    1999년 중앙종금 사장 자리를 차지한 인물이다.

    영화배우 윤석화 씨의 남편인 그는,
    1990년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거금을 벌어들여,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고,
    당시 주가 조작 사건을 일으킨 뒤,
    현재는 범법자로써 해외 도피중이다.

    그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을 포함한 6개사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페이퍼컴퍼니] 중 3개는,
    검찰 수사를 피해 도피한 시점에 만들어진 것으로,
    중앙종금이 4,000억원 넘는 부실로,
    문을 닫은 뒤 만든 것이다.

    김 씨의 [페이퍼컴퍼니] 중,
    [멀티-럭 인 베스트먼트 리미티드] 등,
    3개사의 주주는,
    부인 윤석화 씨로 등재돼 눈길을 끈다.

     

    "앞으로도 업계의 명단이 밝혀지는 대로,
    증거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 
    각 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자체가,
    나라에 내야하는 정상적인 세금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기업 인물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에 임할 것이다"

    "이는 올해 국세청의 4대 중점과제 중 하나이기에
    역점을 두고 추진할 업무로
    탈세 혐의가 있는 기업들은
    원칙에 따라 처리 하겠다"

       - 국세청 관계자

     

    CJ그룹의 비자금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 역시
    다음과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명단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재산은닉, 비자금 조성 등이
    국세청에 의해 사실로 확인되는 즉시,
    재계 전방위로 조사범위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한편 언론에 오르내리는 기업들은,
    억울한 속내를 드러냈다.

    "조세피난처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기업들도 많지만,
    탈세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곳도 많다.
    불법적으로 운용하려 했으면 공시를 통해 굳이 드러낼 이유도 없다."

     -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