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서 '유전자조작 밀' 적발

    한국 등 수입국 파장우려

    오리건주서 발견, 각국에 통보…농무부, 종자 유출 경위 조사
    한국 전수검사…일본 수입중단…EU 선적물 조사 착수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미국의 오리건주에서 재배가 금지된 유전자조작 밀이 발견돼 관련 산업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미국 밀의 주요 수입국들은 미국 밀 수입 중단이나 전수검사 등 후속 조치에 나서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USDA)는 최근 승인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밀이 오리건주의 한 밀밭에서 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종자 유출 경위 등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조작 옥수수와 콩은 허가됐지만 유전자 조작 밀은 소비·판매가 불가능하고 재배도 일부 연구목적 외에는 철저히 금지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 조작 밀은 미국의 거대 농업기업 몬산토가 개발한 것과 같은 종류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성분의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종자다.

    몬산토는 글리포세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자사 브랜드 '라운드업'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밀을 1998∼2005년 개발, 농무부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유전자 밀에 대한 여론 악화와 시장성 부족 등으로 승인 신청을 철회했다.

    이번에 확인된 유전자 조작 밀은 오리건주의 한 농부가 봄밀과 겨울밀 재배시기 사이에 자라난 밀을 없애려고 제초제를 뿌렸다가 일부가 죽지 않자 오리건 주립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발견됐다.

    오리건주립대는 문제의 밀이 몬산토가 개발하던 유전자 조작 밀과 같은 종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당국에 보고했다.

    유전자 조작 밀이 몬산토의 연구 재배지에서 해당 밀밭으로 자연적으로 흘러든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길러졌는지 등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 중이다. 농무부도 "섣부른 추측은 할 수 없다"며 언급을 거절했다.

    농무부는 다만 오리건주에서 발견된 유전자 조작 밀은 먹어도 안전하며 시중에 유통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미국 밀 수입국 정부에 유전자 조작 밀 발견 사실을 알리고 이와 관련해 제기된 우려를 누그러뜨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 스쿠스 농무부 차관은 "이 상황이 음식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무역 상대국들이 이해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밀 관련 산업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정부로부터 몬산토의 미승인 유전자 조작 밀이 한국에 수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수입단계 검사 강화 등 유통 차단에 나섰다.

    오리건주 밀과 밀가루에 대해 전수검사에 착수하는 한편 유통 중인 밀가루와 가공식품 수거검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전수검사에서 미승인 유전자 조작 밀이 검출되면 즉시 반송 조치된다. 특히 유통 중인 식품에서 유전자 조작 밀가루 등이 검출되면 총리실 소속 식품안전정책심의위원회 신식품전문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 추가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일본도 이날부터 미국산 일부 밀의 수입을 중단하는 한편 2만4천926만t의 수입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미국산 일부 밀의 수입 중단은 미승인 유전자 조작 밀의 시장 진입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주요 곡물수입업체들은 밀가루 수입을 위한 입찰을 포기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산 밀 선적물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 미승인 유전자 조작 밀이 검출되면 이를 반송 조치키로 했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미국산 밀에 대한 수입 규제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가 현 단계에서는 없지만 수입중단 조치가 이뤄지다면 EU 전역에서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중국과 대만, 필리핀 등 미국산 밀 주요 수입국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밀 수출국이다. 미국은 이전에도 유전자 조작 식품 논란으로 인해 농산물 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2006년 독일 등 유럽에서 미국산 유전자변형 쌀이 발견돼 유럽 각국과 일본에서 미국산 쌀을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수입을 중단하는 등 조처를 내렸다.

    오리건주 농업부장 케이티 코바는 "오리건주에서 자라는 밀의 90%가 해외로 수출되는 상황에서 유전자 조작 밀의 발견은 무역에 심각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며 "철저히 금지된 유전자 조작 밀이 (일반) 곡물 재배지로 흘러들어왔다는 데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반응도 걱정된다. 특히 한국과 일본처럼 유전자조작 식품에 민감한 수입국들은 펄쩍 뛸 것"이라며 "이들 국가가 (오리건 밀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