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영동 천태산 은행나무(천연기념물 223호)를 소재로 한 문화사업 개최를 두고 이 나무를 관리하는 사찰인 영국사(조계종)와 문화단체가 갈등하고 있다.
  •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소속된 문화예술인들은 30일 "지난 4년간 이 은행나무 아래서 열던 시제(詩祭)가 사찰 측의 방해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매년 10월 이 은행나무 아래서 시제와 걸개시화전, 은행나무문학상 시상 등 문화행사를 열어왔다.

    이 행사는 2011년과 이듬해 문화재청의 '문화재 생생사업'에 선정돼 2천만원과 4천만원의 행사비를 지원받았다.
  • 그러나 지난해 영국사 측이 비슷한 내용의 사업계획을 문화재청에 내면서 올해는 두 단체 모두 지원대상에서 탈락했다.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과의 박동석 사무관은 "천태산 은행나무를 두고 두 단체가 비슷한 내용의 사업계획을 낸 데다 이를 둘러싼 민원까지 접수돼 심사에서 탈락시켰다"고 말했다.

    '천태산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양문규(시인) 대표는 "사찰 측이 돈 욕심을 내는 바람에 순수한 문화사업이 피해를 봤다"며 "사찰 측은 우리 모임을 '임의단체'로 매도하면서 행사 자체를 불허하겠다고 억지까지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수령 1천여년의 이 은행나무는 영국사 경내에 자리잡고 있다.

    영국사는 이 나무 아래서 해마다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열고 있다.

    영국사 주지인 청원 스님은 "양 대표 등이 은행나무를 소재로 행사를 열면서도 이면에서는 문화재관람료 징수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사찰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은행나무 관리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힐링캠프' 운영 제안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