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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그나마 죽지 않고 살아서
할딱할딱 숨 쉬는 소리를 나는 듣습니다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52년 전 오늘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시내에서 때 아닌 총성이 들려오고 제자 최영순이 가정 교사하던 명동 어느 집에서 먼저 전화로 내게 알려 주었습니다. “선생님, 사태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어떤 변란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5.16 새벽의 일이었습니다. 신촌에서보다도 명동에서 아마도 총소리가 더욱 요란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 새벽이 있은 뒤 반세기의 긴 세월이 흘렀고 그 혁명을 주도했던 박정희 장군도 가고 그 사실을 나에게 알려준 그 제자도 세상을 떠나고 나만 남아서 86세의 노구를 이끌고 아직도 살아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날 나는 서른 네 살의 청년이었는데 오늘은 90을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으니 새삼 ‘인생무상’을 실감하게 됩니다.
5.16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크게 바꾸어 놓았고 또 나 자신의 인생에도 적지 않은 이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나의 스승이신 백락준 총장께서 기대하셨던 대로 나는 연세대학을 위해서 한평생을 바쳤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군사정권을 반대하다 감옥에도 가야 했고 가르치던 대학에서도 추방당하여 적어도 10년은 무직자로 살아야만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그나마 죽지 않고 살아서 할딱할딱 숨 쉬는 소리를 나는 듣습니다. ‘불행 중 다행’입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노병’은 팔다리에 힘이 없고 기운도 빠져서 큰소리 한 번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이게 뭡니까!”
김동길 www.kimdonggi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