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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때문에 인생 망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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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 4월 8일자 15회에서는 취재시험에서 돌아 온 아버지 유의태와 아들 유도지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어찌 됐는지 안 물어보십니까?”
취재시험에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아버지를 향해 분통을 터뜨리는 도지. 그 동안 차갑게 대하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워낙 뛰어 난 의술을 가진 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아왔다. 이제 아버지로 인해 앞길이 막히게 된 것을 알게 된 후로부터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양에서부터 오로지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불만으로 가득 채우고 돌아 온 도지는 이글거리는 분노로 아버지를 다그친다.“양예수가 있는 동안 내의원에 들어갈 수 없다 들었습니다. 아버지 때문에 저는 이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내의원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을 알고 그리 말리신 겁니까?
촌구석에 병사 의원으로 살라 했습니다.”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다.
“아버지 때문에 제 인생 망쳤습니다.”
이 말은 인류가 시작된 후로 자식들이 아버지를 향해서, 부모님을 향해서 늘 내뱉는 말이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낳고 자식들을 위해 평생 물불 가리지 않고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험한 세파를 견뎌나간다.
자나깨나 가슴 속에 자식을 가슴속에 품고 산다. 헌데 어쩌면 자식들은 한결같이 부모님의 수고는 눈곱만치 헤아릴 줄 모르고, 그 모든 수고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단 한 번 어쩌다 잘못하면 모든 원망을 쏟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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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도 꼿꼿했던 아버지 유의태도 낙방을 하고 돌아 온 아들 도지 앞에서 사람을 제압하던 위엄은 사라지고 한없이 작아져 있다.
“세상이 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더냐? 치졸한 객기였다. 도려내고 싶은 기억이다.
낙방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실수를 또 저지를까 봐 말린 것이다.”겉으로는 냉엄하게 대하지만 한시도 마음속에서 아들을 놓은 적이 없다. 그저 자나깨나 걱정하는 아버지는 앞날까지 총체적으로 바라보며 자식을 생각하지만 아들은 아랑곳없다. 아버지의 마음 따위 헤아릴 줄 모른다.
가장 가까운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가장 먼 사이로 벌어졌다. -
사랑과 신뢰, 존경과 감사로 이어져야 할 두 사람 사이에 오해와 미움, 원망과 분노가 흐른다. 도지는 아버지의 진정한 사랑을 언제나 알게 될까? 유의태는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아들이 쏘는 원망과 미움의 아픈 화살을 맞고 살아야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