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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유의태의 객기,
어의 양예수의 치욕 -
MBC 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 5일자 방영에서는 유의태(백윤식)와 양예수(최종환)의 한 판 승부가 나온다.
보는 내내 안타까움으로 깊은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유의태의 오만과 객기로 양예수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모멸감과 치욕을 안겨 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놀라운 실력으로 시험을 봤건만 양반이 아니므로 떨어지는 분노에 양예수를 찾아 가 따진다."이번 등원한 자와 내 답안을 보여주시오. 깨끗이 포기하겠소."
하지만 국법을 핑계로 보여 줄 수 없다고 하니까 유의태는 단판 승부를 제시했다.
"우리 둘이서 <구침지희>로 누구 실력이 나은 지 결정하시오."
<구침지희>가 나오니 모두가 기절초풍 경악한다.
무지랭이 천 놈 이래도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화타>를 안다. 감히 그 옆에 아무도 세울 수 없는 명의로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적인 사람이다. 후한사람으로 장생술이 뛰어나 100세에도 젊은이 같이 정정했으며 약제의 조제, 침질과 뜸질을 관통하고 외과 수술에 마취약을 썼다고 한다.
<화타>가 했다는 <구침지희>는 살아있는 닭 몸 안에 9개나 되는 침을 박아도 조금도 아파하거나 죽어서는 안 되는 침술이다. 닭의 보이지 않은 내부 신체구조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고도의 기술이다.
그리고 무모한 내기까지 건다. 유의태는 지면 눈 하나를 파 주겠다고 하고 양예수 보고는 당신이 지면 버선코에 머리를 조아리고 “조선 제일은 유의태이다”라고 세 번 큰 소리치라고 요구한다.
기생과 모든 내의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할 수 없다고 말도 못 하고 양예수는 하얗게 질려 두려운 얼굴로 시합에 임한다. -
유의태의 시종일관 거침없이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태도에 한 마디 말도 못 하는 양예수. 두 마리의 닭을 가져 와 하나씩 사용한다. 7개의 침까지 유의태는 거침없이 닭에게 찌른다."여기까지는 조선 8도에 삼태기같이 많소. 이제 장침 대침이 남았소.
어디에 하는 것이오?"물어 보지만 아무 대답도 못 하는 양예수.
유의태는 조금도 머뭇거림 없이 익숙하게 장침에 이어 대침을 찔러도 닭은 가만히 있다.
양예수는 장침 찌를 때부터 닭이 아픈 소리를 낸다. -
마지막으로 유의태는 닭을 마당에 내던지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즉시 일어나 유유히 걸어 다닌다. 양예수가 닭을 마당에 던지니 그대로 ‘쾍’하고 죽는다.
이미 양예수는 체면이 깎일 대로 깎였고 그 순간의 치욕은 평생 낙관처럼 심장에 찍혔다. 여기서 끝냈으면 좋으련만! 그냥 일어서는 양예수를 향해 약속을 지키라고 한다.
주위에서는 미친놈이 하는 소리 들을 필요 없다고 아우성이다.약속을 지키라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조롱투로 말하는 유의태.
할 수 없이 소리친다."유의태는 조선제일의 명의네."
"두 번 더 하시오!"
"조선제일의 명의는 유의태다."머뭇거리다가 마지 못 해 외치고 허둥지둥 나가 버린다.
초라한 등 뒤 에다 크게 웃으며 비웃는 유의태!"그 날 받은 치욕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오."
"하면 양예수가 있는 동안은 내의원에 합격할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한 순간의 분노와 혈기로 유의태도 양예수도 멍에를 지고 살아간다
유의태는 그 때의 대형참사를 일으키고는 새 사람이 된다.
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혈기를 부려 차마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짓을 했다. 부족한 인격을 다스리기 위해 끊임없이 도를 닦듯이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한다.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 성공과 명예를 버리고, 시골구석에 와서 오직 환자에게만 전념하는 의사가 된다. 자식에게도 아버지라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엄하게만 대한다.의사의 첫 번째 갖춰야 할 자격이 [긍휼]이라고 가르친다. 뛰어 난 모든 의학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도 [긍휼]이 없다면 아직 의사로 자질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한 순간의 젊은 혈기로 인생을 그르쳤지만 유의태는 그것때문에 환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친다.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사회적 차별을 뛰어넘어 똑같이 환자를 고귀하게 볼 줄 아는 눈도 갖게 된다.하지만 양예수의 가슴 곳에는 늘 증오심이 자리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