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

     

    “나리께서 너를 찾으신다.”
    “언제고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다.”
    “나리께서 찾는 일이 예삿일이냐.”

    서자는 아버지가 불러야만 만날 수 있다. 어머니는 언제고 아버지가 부를 날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양반들이 쓰는 갓과 도포를 준비해서 고이 간직해 놓았다가 아들에게 건네준다.

    온갖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는 아들을 보면서도 아들을 향한 거룩한 소원을 품고 한 올 한 올 정성을 다하여 밤을 새워가며 옷을 만들었을 어머니!
    비천한 관비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은 아들을 위한 놀라운 지혜를 떠 오르게 한다. 

    아버지 방에 들어가니 장의원이 와 있다. 아버지는 어깨에 심한 종기가 났다.
    의원은 상처가 심한데 괜찮겠냐고 물어 본다. 생살을 칼로 째고 화로에 넣어서 시뻘겋게 달군 인두로 지져서 소독한다. 비명을 삼키는 아버지.

    “이 상처가 언제 난 지 아느냐?
    평생 변방을 다니다가 오랑캐 화살에 맞아서 이리 된 것이다.
    네 나이 때 이리 됐다. 그래도 무관으로서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데 넌 저잣거리 왈패와 어울려 다니며 기방에나 드나 들고 …”

    엄하게 꾸짖는다.

    나라의 법도가 서자를 인정하지 않아서 모른 체 하고 있었지만 허준의 원망과는 달리 아들을 늘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의 마음을 잡기 위하여 생살을 칼로 째는 고통스런 장면을 보여 주려 특별히 부른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처음으로 부자로 만나고 있다.

    아버지가 있어도 고아와 같았던 허준은 처음 아버지를 아버지로 느끼며 뻥 뚫렸던 허준의 가슴은 비로소 메꾸어진다.

    MBC 일일 드라마 ‘구암 허준’은 9시 50분에 시작한다.
    권성창 연출, 최완규 극본이다. 1999년도에도 최완규 극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