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송혜교와 조인성의 '짧은 행복’

     


  • 늘 죽고 싶다는 말을 - 살고 싶다는 반어법이었는지 모른다 - 입에 달고 사는 오영이(송혜교).
    6살 때부터 죽음을 준비했다는 오영이에게, 오수(조인성)는 자기에게 닥치는 위험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어떡하든 삶의 의욕을 불려 일으키려고, 이렇게 저렇게 달래고 어르고 협박한다.

    그리고  드디어 오영이한테서 ‘살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오수의 진심에 조금씩 마음이 바뀌는 무철이(김태우)는 선이 누나한테 수술을 받게 해 주겠다고 전화를 한다. 무철의 전화를 받고 기뻐서 영이 이마에 키스하고 끌어안는 오수.

    “넌 살 수 있어.”


    평생 아슬아슬 하게 곡예하듯 살아온 오수의 굳었던 얼굴이 어린아이 같이 부드럽게 풀린다. 해처럼 환하게 빛나는 웃음을  웃으며 뛰어 나가는 오수!    

    눈이 뜨기를 바라며 살 수 밖에 없었지만, 희미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았을 오영.

    “수술 받을래요.
    오빠가 저 살릴 의사를 찾았대요.
    수술 받게 준비 해 주세요.”


    어쩌면 오영은 이 날을 기다리며 힘겹게 버티고 살았는지 모른다.
    이제 오수의 정체를 확실히 알게 된 장변호사(김규철)와 왕 비서(배종옥)는 오수를 막 쫓아내려는 참이었다.
     

    “저 앤 영이를 사랑해요. 오래 된 것 같아요.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어요.”

    두 사람은 눈부신 흰 눈으로 덮여 있는 산으로 간다.
    눈 사람을 만들며 희망을 펼친다.

    “눈 떠서 오빠 보고 싶어.”
    ”곧 볼 거야.”



  • 서로에게 던진 눈이 두 사람 머리 위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쏟아진다.
     눈을 맞으며 오수는 속으로 말한다.

    ‘무철이 칼도 무섭지 않아.’
    ‘30 살 인생 처음으로 억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아야지.’
    ‘인생이 공평하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돼.’
    ‘무철이 칼을 맞더라도 억울해하지 말아야지.’
    ‘지금 행복하다. 됐다!’

     오영이는 오영이 대로 눈을 뜨면 하고 싶은 것을 조잘거린다.

    “혼자 24시간 걸어 볼 거야. 내 손으로 밥도 짓고
    좋아하는 영화 ’봄날은 간다’ 설명 없이 혼자 볼 거야.”


    불행만 켜켜이 맛 본 사람은 행복이라는 말을 절대로 못 한다.
    비웃고 조롱한다. 오수는 그 생경한 단어를 처음으로 행복하게 속삭인다.


  • 그런데!

    행복을 충분히 맛보기도 전에, 학계에서 의사들도 인정하는 의사인 선이 누나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 오수!

     “10번도 더 봤어. 가망 없어.”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어 살리려 했는데, 처음 사람답게 살고 싶었는데, 차가운 하얀 병원 벽에 기대어 우는 오수!

    눈물은 보이지 않지만, 온 몸이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