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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바람이 분다'
왕비서의 뜨거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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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서 왕 비서(배종옥)는 중심축이면서도 한 번도 이름이 불려지지 않는다.
오직 왕 비서로 불리는 것처럼 실체감이 없는 스릴러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묘한 여자!
한 번도 자신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절도 있는 자세와 표정의 변화가 없는 찬바람이 부는 여자다. 오영(송혜교)한테 지극정성으로 할 때 조차도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의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왕 비서! -
오영이도 왕 비서에 대해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늘 공적으로 무뚝뚝하게 거리를 두며 의심의 눈초리로 비난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길 바라는 친구에게 쏴부친다."너도 왕 비서를 닮아가니? 몇 날 며칠 무균실에 가두고."
"더 무서운 것이 뭔지 알아 이 병원에 24시간 왕 비서와 갇혀 있는 거야."
더 결정적으로 왕 비서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있었다.
셀프 카메라로 오영이 혼자서 말하는 내용이다.“난 분명히 들었어. 내가 눈 검사 하러 갔을 때 뇌종양 때문이 아니라 알피 때문이라고.
초기관리만 잘 했어도 눈이 멀지 않았을거라고.”
“왕 비서 당신이 꾸민 짓인 거 알아!”
“나한텐 오빠가 있어.”
“오빠가 오면 가만 두지 않을꺼야.”“오수(조인성)가 친 오빠라면요” 하는 장 변호사한테 “쫓아내야지요 위험한 오빠니까요”라고 말하여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게 했던 왕 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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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3일자 방영에서는 왕 비서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은 풀린다.
쓰러진 오영이 보고 병원에 가자고 하지만 오영은 한사코 거부한다.
그러자 늘 상전처럼 유리처럼 깨질까 극도로 조심스럽게 대하던 왕 비서는 오영의 빰을 때린다.“내가 처음 쳤다. 네가 열 번도 더 날 때렸는데 난 지금 처음 때렸다.”
“네 주위의 많은 사람들처럼 널 이용하려 한다고 생각하니?”
“아니 한 때는 오해했어”
“아무도 없을 때 계단 위에서 날 밀기만 하면 이불로 뒤집어 씌우기만 하면…”
“깊은 밤 이마와 손만 만지고 가나?”“하루에도 10번씩 빰을 맞으면서 점자를 가르쳤어”
“영이야 이 회사는 네 꺼야”
“눈 먼 네가 무서운 세상을 살아가려면 싫어도 배워야 해!”
“이 지겨운 싸움은 네가 살고 싶을 때까지 계속할 꺼야”왕 비서의 눈에는 오직 오영이만 들어온다. 그 오랜 세월 모든 사람들의 온갖 모멸적인 수군거림과 의심도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왕 비서는 친 딸도 아닌 오영한테 왜 자기를 다 걸까?
아직도 왕 비서의 마음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영이의 뇌종양이 재발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왕 비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늘 찬바람이 불던 왕 비서의 가슴 어느 곳에서 저런 용암 같은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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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간 왕 비서는 오수와 오영이 껴 안고 자는 것을 본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던 왕 비서는 그냥 조용히 나간다.
왕 비서의 본심은 오영에게 언제나 전달되어 왕 비서에게 불던 쓸쓸하고 서러운 겨울바람이 물러가고 화사하게 꽃 피는 봄이 돌아올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