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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닮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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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조인성)의 이름 수는 나무(樹)다.
나무 수(樹)!
싱그럽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떠 오른다.
하지만 오수의 수는 그렇지 않다.
생각만해도 가슴을 아름답게 어루만져 주는 그 나무가 아니라,
추운 겨울날 나무 밑에 버려졌다 해서 의미 없이 붙여준 이름이다.
추운 날 갓난아기를 나무 밑에 버려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조롱하듯이 빈정대며 무철이가 말했었다.
그 이름에 오수의 인생은 얹혀진다. 추운 겨울 날 나무 밑에 버려졌을 때 오수는 죽었다.
보육원에서 나와서 기댈 곳도 희망도 없는 몸을 사기꾼, 도박꾼, 금고떨이를 삶의 버팀대로 삼고 살아간다.
워낙 잘 생기고 터프한 남성적인 그의 모습에 여자들은 빠져든다. 여자들이란 나쁜 남자한테 묘한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온갖 못된 짓으로 자신을 부정하며 살던 오수에게도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길 기회가 왔다. 유일하게 사랑한 여자, 어쩌면 삶의 의미를 찾아 줄 수도 있었던 여자!
그런데, 그 여자가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참하게 죽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오수는 죽었다.“대체 내가 왜 살지? 살아야 할 이유가 뭐지?”
남의 돈을 횡령함으로 최후의 벼랑 끝까지 내 몰렸을 때 오수는 오영을 만난다.
78억 원 때문에 여러 사람한테 쫓기고 목숨의 위협도 받는 오수는 돈도 많고 돌봐 주는 사람으로 둘러 싸여 있는 오영(송혜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
뇌종양을 앓았었고 눈이 먼 오영은 죽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여자다.
78억 원 때문에 오영에게 접근했지만 같이 지내면서 오영의 아픔과 고통, 외로움을 알게 되고 차차 이성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혀 삶의 의지가 없이 어떡하든 죽으려는 오영을 보며, 오수는 자신의 사랑을 감추고 어떡하든 오영에게 삶의 의지를 찾아주려고 몸부림친다.
오영은 뇌종양이 재발됐다. 그런데 한사코 재수술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떠나겠다 협박하고 매몰차게 말하며 오수는 오영을 다그친다. -
“난 어떤 순간에도 살고 싶었어”
“6살 때부터 준비 한 거야. 구차하게 살고 싶지 않아. 웃으며 가야지
날 흔들지마 기대하게 하지 마”
“거짓말 넌 죽고 싶지 않아. 넌 살고 싶어. 인정하는 것이 겁나는 거야
살고 싶다고 말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무철을 찾아 가 선이 누나한테 수술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무릎까지 꿇으며 매달리는 오수.
마구 짓밟으며 사정없이 때리는 무철.“살려줘 형, 형 부탁 해.
내일도 올 게, 모래도 올게.
내가 네 손에 죽으면 되잖아. 죄 없는 애 살리자 형!”
집으로 돌아 와 오영이와 마주 한 오수.
드디어 오영도 피눈물을 쏟으며 오열한다."나도 죽는 게 무서워. 왜 살고 싶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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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헨리’의 단편소설의 마지막 잎새 가 있다.
폐렴에 걸린 젊은 아가씨는 살아 날 가망이 없다. 하지만 살아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면 살아날 수가 있다. 침대에 누워서 담쟁이 잎이 하나 하나 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것이 다 떨어지면 자신은 죽는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것을 알게 된 같은 건물에 사는 늙은 화가는 매서운 비바람이 치는 밤중에 마지막 잎새를 그리고 죽는다.
조마조마하게 커튼을 치우고 본 아가씨는 담쟁이에 꼭 붙어 있는 나뭇잎을 본다. “마지막 잎새야” 아가씨는 건강해진다.오영이에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오수는 마지막 잎새의 늙은 화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