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불통의 겨울바람, 소통의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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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꿨는가? 잘못 보았을까? 6회까지의 그 으스스한 을씨년스러움과 침울함. 질식 할 듯 무겁고 답답함. 어둡고 침침하게 가라앉은 분위기!

    SBS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주는 느낌이다.

    그런데 7회에서 모든 절망의 어두움이 걷히고 밝은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기웃거리던 창백한 죽음이 물러나고 생명의 생기가 사랑하는 여인의 뺨 처럼 발그레하게 돌고 있다.

    오영(송혜교)과 왕비서(배종옥)가 상견례를 하러 간 사이에 오영의 방 벽에 걸려있는 액자 뒤에 숨겨 논 금고를 터는 오수(조인성). 하지만 아버지가 정해 준 약혼자에게 여자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오영은 중간에 돌아 와 버린다. 그러는 바람에 오수는 왕 비서한테 들키고 만다.

     번득이는 의심과 의문의 눈초리로 서로를 숨죽여 지켜 보던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 마주 앉는다. 도저히 서로를 인정할 수도 없고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도무지 아니었는데, 상대의 앞길을 가로 막는 최대의 장애물이며 위험인물이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협상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입을 열기 시작한다.


  • 가짜 오빠라는 것이 들통 날 위험에 처하게 된 오수. 왕비서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오영이가 쓴 일기 책을 찾으러 했다고 하여 오수는 어정쩡하게 위기를 면하게 된다. 가짜 오빠인지 친 오빠인지 보다,

    오영이로부터 오수를 떼어 놓으려는 왕 비서는 “필요한78억을 줄 테니 오영이로부터 떠나라”고 하고 오수는 “정말 오영이 눈을 고칠 수 없었냐”고 따진다. 이렇게 감추어져 있던 두 사람의 속내가 드러난다. 어쨌든 대화가 물꼬가 트기 시작했다.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쌓아 놓았던 안전한 성벽이 무너지게 되었다. 자신들이 지키려는 것들이 갑자기 정체가 확실치 않은 수상쩍은 오수로 인해 흔들리게 되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오수의 등장으로 위태로운 평화가 깨어지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붙들고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약혼자라는 허울만 가지고 있었던 오영과 오영의 약혼자도 서로 마주 앉는 시간을 갖는다.
     오영은 장 변호사를 만나 어두움 속에서 혼자 수 없이 마음속에서 되 뇌이며 증오하며 괴로워했을 말들을 털어 놓는다.

      “오빠도 믿지 못하면 난 누굴 믿고 살아요.
       내가 추억하는 모든 것을 같이 나누고 있는 오빠.
       친구 미라 날 감시하는 대가로 돈을 받고 있는 것 알아.
       왕 비서는 그 누구도 내 옆에 두지 않으려 해.
      왕 비서만 남게 해서 감옥 같은 집에 가두고,
      자기처럼 차갑고 야멸차게 만들어 자기처럼 지독하게 만드는 것.”


    오수로 인해 불안해진 왕 비서는 장 변호사를 만나 의논한다. 장 변호사는 오영이의 아버지가 부탁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오영이를 외롭게 하지 말아 줘. 그 애에게 오빠를 찾아 줘.”

       “처음으로 영이가 사람을 믿게 되었어요.
        사람에게 정을 주고 정을 받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오수가 있다 해도 그 옆엔 왕 비서 자리가 있습니다.”


    우유부단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던 왕 비서를 짝사랑하는 장 변호사가 확고한 태도로 말한다.   

    아직은 서로가 적대적이고 서로의 진심을 몰라 괴로워 하지만 이제 소통이 시작되었다.
    두려움의 자리에서 웅크리고 가만히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회피하며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계속 부딪쳐 나가며 위험한 상황을 타개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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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폭되는 갈등이 켜켜이 쌓여 있던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건드리며 가슴속의 말들이 터져 나오게 될 것이다.
    그 동안은 서로 공적인 짧은 메마른 대사가 오고 갔다.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 법이 없었다.
    상대방을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허공을 쳐다보며 자신의 필요한 말을 할 뿐이었다.

    한 번도 서로가 마음을 열고 소통한 적이 없었다. 서로의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고집스럽게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어찌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있으랴! 막연히 추측하고 제멋대로 해석하며 오해만 쌓여 가고 미움만 깊어 질 것이다.
    의심과 의혹으로 무겁던 마음들을 털어 놓으니 한결 마음들이 가벼워진다.   

     이제 어찌 할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상대방의 말들을 듣게 될 것이다. 
    내 안에만 있는 줄 알았던 고통과 외로움 아픔도 차차 보게 될 것이다.
    똑 같은 고통을 바라보면서 이해와 용서의 새로운 마음의 싹이 돋아 나게 되겠지.
    자신의 고통만 바라보며 마음을 베어내는 그 춥고 쓸쓸하고 외로운 바람이 멈추고, 이제 맘을 열고 곁의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면서 따뜻한 바람이 불게 될 것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여기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모두들 시린 겨울들을 가슴속에 품고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떻게 그들의 인생에서 불고 있는 차디 찬 겨울바람을 몰아내고 비밀의 방에서 피어 나고 있는 꽃처럼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