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쓰레기 더미 속 살아있는 외침

  •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6회는 분위기가 아주 이상하다.
    등장 인물들 모두가 산 사람 같지 않은 기괴한 느낌이 든다.
    이 가운데에서 오직 박진성(김범)의 외침 만이 살아 있는 사람의 소리로 들린다.

    이 드라마가 일본 인기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한 것을 알았을 때 “또 일본드라마야?”라는 무언의 외침이 터져 나오고 저절로 눈살은 찌푸려졌다.

    작가들은 자존심도 없는가? 하필이면 일본드라마인가?
    꼭 일본이라는 나라 때문이 아니다. 일본 드라마, 하면 떠오르는 저질스러운 쓰레기 범죄를 치졸하게 그리기 좋아하는 그 유치한 수준에 내 눈을 오염시키고 싶지 않기때문이다.

    문화가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독가스 못지 않게 치명적이다.
    좋은 문화는 제쳐 두고 하필이면 왜 쓰레기 같은 문화를 들여와서  이 사회에 알게 모르게 기여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예술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면피삼으려고 하지 말고 사명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어두운 폭력, 서로 물고 뜯는 깡패세계가 나온다. 커다란 저택에 눈 먼 여자와 그를 둘러 싸고 오빠를 사칭한 남자와 그 일당들. 안개 낀 어두운 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음습한 분위기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서로를 물고 뜯는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 지 모르는 늘 긴장된 분위기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한 사람씩 공간이 서로 벌어져 있는 고립된 개체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살아 있는 것 같지 않다.

    오영(송혜교)의 휑 한 눈, 보고 있지만 보는 것 같지 않게 허공을 바라보는 영혼없는 눈은 그래서 더 사실처럼 느껴진다.


  • 이 드라마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시체부검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어린아이 손가락만한 작은 통에 담겨 있는 빠르고 정확하게 효과가 나타난다는 죽음의 약.

    그 약을 살기 가득한 눈으로 오수에게 건네 주며 "네가 먹고 죽든지 네 가짜 동생에게 주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는 장면에선 소름이 끼칠 정도다.
    새벽에나 나오는 끔찍한 범죄극과 같은 드라마가 15세 이상 관람가라고 드라마가 시작될 때마다 자막에 뜨곤 한다.

     모두들 자신의 이익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사람냄새 나는 진성이가 있다. 사기꾼, 도박꾼, 인간쓰레기, 구더기가 들끓는 쓰레기 등이라고 불리우는 오수.
    그런 형의 모든 비리와 추악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진성이.
    오수가 오영이를 죽일 수 있는 약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여 달려와서 그 약을 찾아낸다.

    ”내가 형이 아버지 소 판돈을 갖고 도망쳤을 때도,
    말썽을 부려 소년원에 들락거렸을 때도 형 편이 되어 주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 만은 안 돼.”

    오수에게 마음을 다해 안타깝게 소리친다.

    “사람을 죽이는 것 만은 안 돼”

    지금까지 드라마장면에서 가장 생생히 살아있는 인간적인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