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벼랑 끝의 두 사람
-
27일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6회에선 벼랑 끝에 서 있는 주인공 오영(송혜교)와 오수(조인성)의 모습이 처절하다.기독교 성경에서는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라고 했고 불교에서는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극한의 생존권의 위협을 받으며 사는 이 지구상의 수 많은 사람들을 제쳐 놓는다 하더라도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다.
여섯 살까지 따뜻한 엄마의 사랑 속에서 피아노를 같이 치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오영(송혜교)은 한 순간의 벼랑 끝으로 내 몰렸다. 엄마와 사랑하는 오빠는 떠나갔고, 그 후로 눈은 멀게 되었다.
드넓은 우주 속에 혼자 남은 것이다. 그 뒤로 왕비서가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 주었지만, 애완동물처럼 돌보기만 했지, 살아 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 준다든가 스스로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지 않았다.
살아 가는 데 필요한 돈은 넘치고, 하녀도 많은 넓은 집에서 살면서도 어느 누구한테도 마음을 줄 수 없는 외로운 섬에서 두려움과 싸우며 살아왔다.주위에 돌봐 주는 사람들도 있고, 아버지가 정해 준 약혼자도 있고, 곁에서 떠나지 않고 변함없이 돌봐주는 왕비서도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오수(조인성)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도 돈 때문이 아니라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뒤늦게 라도 찾아 왔다고 믿고 싶었다.
-
그 한 가닥 마지막 구원의 밧줄! 그 줄을 한 순간에 끊어버린 희선(정은지)의 폭로.
오수룰 좋아하는 희선은 오영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오수의 정체를 밝힌다.
동생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78억이라는 돈 때문이라고.
그는 천하에 없는 사기꾼, 도박꾼, 완전쓰레기라고.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끝없는 외로움과 두려움과 싸우며 걸어 온 오영은 처음으로 믿고 기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인간쓰레기라고 한다. 그 충격이 철창같이 닫은 문에 부딪쳐서 처음으로 마음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한다.
“내 옆에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제발 오빠만은 믿게 해 줘.”
굳게 막아 놓았던 둑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처절하게 오열하는 오영!
늘 무표정하고 무관심한 표정을 보호막으로 삼으며 살아왔다.
자신을 스스로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해 몸부림쳤지만 친 오빠가 아닐지 모르는 오수 앞에서 무너지니 처음으로 통곡이 터져 그칠 줄 모른다.
이젠 친 오빠가 아니어도 상관없는지 모른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잠시만이라도 내려 놓을 수 있다면.
애초에 78억이라는 돈 때문에 오빠 오수라고 속이고 찾아 왔지만, 절벽에서 위태 위태하게 서 있는 오영을 보면서 '인간쓰레기'라고 하는 오수의 마음 깊숙이 잠자고 있었던 따뜻한 마음이 꿈틀거린다.
오영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죽으면 내 재산은 다 네 거야 지금이라도 날 죽이면 돼.”
오영은 78억이 없으면 자신의 생명이 위태해진다. 언제든지 간단하게 눈 먼 오영을 죽일 수 있고 시체부검도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는 약도 갖고 있다. -
-
절벽 끝에 매달려 있는 두 사람!
드라마의 주인공뿐이랴?
인생은 하루 하루가 절벽에 매달려 사는 처절한 삶이다. 연약한 인간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낼 수 있단 말인가? 신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험악한 삶을 견딜 수 있는 힘을 인간 속에 장착해 놓은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한 시간도 아니고 하루도 아니고 그 긴긴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을까!
그 모진 세월을 견뎌내고 살아 가는 것 만으로도 서로를 향해 아낌없이 칭찬해 주고 박수를 힘껏 쳐 줘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 가는 것 만으로도 모두가 위대하다.
과연 오영과 오수는 깎아지른 낭떠러지에서 떨어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삶의 여정을 기어 올라 위대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