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와 정수장학회 관련성 끊겠단 의도정치적 부담 덜어주려 사퇴 시점 고민한 듯
  •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저녁 돌연 사퇴의 뜻을 밝힌 것은 향후 ‘박근혜 정부’에 정수장학회가 쟁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 이사장은 이날 부산일보 비서실을 통해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이제 저는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자칫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 최필립 이사장

  • ▲ 최필립 이사장이 25일 부산일보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팩스 전송문을 각 언론사에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 연합뉴스
    ▲ 최필립 이사장이 25일 부산일보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이라는 제목의 팩스 전송문을 각 언론사에 보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 연합뉴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낸 점을 두고 야권은 대선 과정에서 맹공을 퍼부었다.

    야권은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만든 장물이라는 주장하며 사회환원을 주장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박 대통령이 측근인 최필립 이사장을 통해 부산일보와 MBC 지분을 보유한 정수장학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최 이사장의 사퇴를 압박해 왔다.

    최 이사장은 70년대 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박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았다.

    이어 최 이사장은 “정수장학회는 두 차례에 걸친 서울시 교육청 감사에서 밝혀졌듯 한 치의 과오도 없이 투명하고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 혹시라도 제가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 드린 일이 있었다면 이제 모두 용서하시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정수장학회 논란이 불거지자 “내가 2005년 이사장에서 물러난 뒤 관계가 없다”고 대응했으나 논란은 계속됐다.
    대선을 두달 앞둔 지난 10월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수장학회의 명칭변경을 포함한 이사진의 사퇴를 사실상 요구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2014년까지 임기를 다 하겠다”며 거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최 이사장이 사퇴는 일찌감치 결정했으나 취임시점에 맞춰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퇴를 촉구했지만 거부하지 않았느냐. 그때 그만뒀더라면 마치 어떤 잘못을 저질러 쫓겨나는 떠나는 모양새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대통령 취임 때까지 기다렸다는 해석이다.

    정수장학회는 다음주쯤 이사회를 열고 후임 이사장 선출에 대한 문제와 장학회 운영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