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설 지나면 유언비어 넘친다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1년 중 가족과 친척이 대규모로 모이는 날 중 하나인 설날이 지났다. 한국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끼리 모이면 건강, 미용, 재테크, 정치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 때문에 예전처럼 아무리 친척의 말이라도 크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북한도 설날이 되어 가까운 친척끼리 모이면 자기가 알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쉽게 검증할 수 있는 한국과 다르게, 입소문으로만 퍼지는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여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주변의 주목을 끌기 위해 일부러 자기 생각대로 부풀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주고받는 이야기 중에는 진실보다, 다소 과장된 이야기가 나오거나, 사실이 아닌 일이 마치 진짜인 것처럼 와전되는 일이 발생한다. 한국의 “카더라”식의 이야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탈북자 정찬국 씨는 "북한에선 통행증을 떼기가 쉽지 않아 가족친인척들이 모인다고 해도 같은 지역에 사는 친척끼리 모입니다. 늘 보던 얼굴들이라 자신처럼 믿고 더 과감한 대화들을 나누죠. 어느 당 간부가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백두산이 지진으로 없어진다더라. 만경대 사립문이 도난당했다. 등 등 정치적으로 크게 화를 당할 이야기들도 설명절 때만큼은 가까운 친척들이 모인 자리여서 대놓고 이야기합니다. 더구나 일년에 한번 만나는 자리니깐요."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소문은 생계와 밀접한 정보들이라고 한다. 2011년 탈북한 김순미 씨는 자기도 북한에서 설을 쇨 때 친척들이 "정부에서 화폐교환을 또 한 번 한다더라. 미국에서 북한 핵을 사간다더라. 쌀 가격이 내년부터 100원으로 고정된다더라. 등 등 별의 별 이야기들을 꺼내는데 소설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들었다."고 했다.

    중요한건 이러한 소문들이 설날 이후에는 전국으로 널리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자유가 없는 그 자리에 유언비어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매일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반복하는 노동신문보다도 귀가 번쩍 열리게 하는 유언비어를 더 신뢰한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진실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이 없는데도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삶이 불안한 북한주민들이어서 소문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중국 장사꾼들이 물건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리는 일에도 북한 주민들은 쉽게 흔들린다.

    나쁜 소문일 수록 빨리 퍼지는 법이다. 올해 설날에는 과연 어떤 유언비어들이 북한주민 사이에 회자되었을까? 분명한 건 김정은 정권의 운명과 관련된 주제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선 핵실험 때문에 중국의 지원이 줄어들어 각종 생필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문이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될 것이다. 
    서영석 기자www.new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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