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경 쓰지 말고 세력 흡수” vs “지방선거나 총선에 맞춰 신당 창당”
  • 민주통합당이 “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신경 쓰지 말고 그의 세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안철수 전 후보를 ‘정치적 아웃사이더(political outsider)’로 규정하고 더 이상 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안철수 후보 측은 민주통합당에 강력 반발하며 신당 창당설을 구체화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후보 측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 것으로, 향후 야권 내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 민주통합당 친노계의 핵심인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가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친노계의 핵심인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가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산하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주 ‘안철수 현상의 이해와 민주당의 대응 방향’이라는 대선 평가 보고서를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이 보고서는 안철수 전 후보의 입당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안철수 현상은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정치적 아웃사이더’ 부각현상.”

    √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수명이 상당히 짧다는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선거 패배 뒤 다시 정치권의 주역이 된 경우는 없다.”

    √ “안철수가 입당한 뒤 당내 혼란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 “안철수 입당론이 반복되면 민주당 일반 지지층의 환멸을 더 크게 한다.”

    √ “안철수 개인 행보에 신경 쓰지 말고 자체적인 개혁으로 그의 지지 세력을 흡수해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당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류 세력인 친노(親盧·친노무현)계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친노계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대표는 안철수 전 후보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비주류 측이 최근 안철수 전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비주류 핵심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를 하려면 민주당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에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권을 놓지 않으려는 친노계가 안철수 전 후보의 입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보고서를 미리 만들어 내놓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 민주통합당 친노계의 핵심인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가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통합당의 보고서 내용을 접한 안철수 전 후보 측은 격분했다.

    안철수 캠프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통합당을 맹비난했다.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를 굉장히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도 역시 무능하다는 얘기가 아니겠나.”

    “이런 식으로 당권 경쟁만 목적에 두고 특정한 계파가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자신들의 패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전히 민주당 중심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민주당의 어떤 역량이나 자기개혁의 동력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통합당에 불만을 쏟아낸 정연정 교수는 신당 창당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새로운 정당 모습을 충분히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같이 가는 것이 유일한 대안은 아닐 수 있다.”

    “안철수 전 후보를 도왔던 몇몇 분들을 통해 상당히 필요성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4월과 10월 보궐선거에 맞춰서 신당 창당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지방선거라든지 또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있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