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단일화에 실책” vs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
  •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전 대선후보 측이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형적인 ‘책임전가-책임회피’ 공방이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양측이 서로를 물고 뜯는 난잡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시작은 안철수 전 후보 측이었다.
    청춘콘서트의 기획자이자 안철수 전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스님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법륜스님은 대선 패배 원인과 관련해 “문재인으로의 단일화에 실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륜스님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 ▲ 스님이라기 보단 정치인에 가까운 법륜스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스님이라기 보단 정치인에 가까운 법륜스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를 졌다는 것은 지는 카드를 선택한 것에 (원인이) 있지 않느냐.”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서 안철수 지지 세력 중에 도저히 민주당으로 올 수 없는 세력이 떨어져나가 아무리 진보가 힘을 모아도 50%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양쪽 지지 세력이 똘똘 뭉쳐야 겨우 이길 텐데 협력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단일화의 모습도 아니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역사인식에 대한 전환을 하지 않았느냐.”

    “국민은 노무현 정부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민주당은 그런 문제에 대해 변화의 흉내도 내지 못했다.”

    “친노(親盧·친노무현) 세력이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든지, 민주당이 더 큰 국민 정당을 만들 때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든지 하는 변화의 몸부림을 쳐야 하는데 안일하게 대응한 것 같다.”

    안철수 전 후보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륜스님은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책임론을 떠넘겼다.

    “현재 민주당은 새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방식으로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를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날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전 후보 측의 책임론을 꺼내들면서 맞불을 놨다.

    문재인 후보 측에서 후보단일화 협상을 담당했던 김기식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안철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그런 인식 때문에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했다”며 법륜스님을 정면 비판했다.

     

  • ▲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기식 의원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안철수 후보 측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되면 무조건 지고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되면 무조건 이긴다’고 하는 주관적 사고에 빠져서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굉장히 매끄럽지 못했다.”

    <안철수 전 후보 측에게 ‘아름다운 단일화’ 실패 책임을 물은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두 분 다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이었다.
    법륜 스님 얘기한 식으로 얘기하면 민주당은 영원히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는 정당이라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로 냈으면 무조건 이겼고 문재인 후보가 된 것 자체가 패배를 이미 예정한 거라는 건 대단히 주관적인 평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룰 협상 과정에서) 그런 식의 대화과정에서 나왔다.”
    “결국은 단일화 과정이 조금 더 아름답게 진행됐다면 양쪽 지지층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그렇게 되지 못했던 지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그런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다 보니 놓쳤던 부분이 있다.”
    “새 정치와 같은 추상적 담론에 지나치게 갇혀 먹고 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문제에 보다 더 집중하지 못 했다.”

    “대선에서는 민생 문제에 훨씬 더 집중했어야 했다.”
    “국민들에게는 새 정치 같은 추상적인 이야기는 공허한 얘기다.”

    <안철수 전 후보의 ‘새 정치’ 프레임 탓에 ‘민생’ 부문을 놓쳤다는 주장이었다.>

    “새 정치를 중심으로 한 이런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서 이게 선거 캠페인이 진행되다 보니까 특히 50대 이런 생활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은 층에 있어서는 저희가 신임을 얻는데 실패했다.”



    박기춘도 원내대표도 ‘네 탓’ 공방에 가세했다.

    YTN 방송에 출연한 박기춘 원내대표는 “법륜스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법륜스님이) 어떤 것을 가상해서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일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단일화가 되지 않았는데 패배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올바로 반성해서 새로운 평가가 나오면 우리가 무엇이 잘못됐고 또 무엇을 잘했는지 나올 것이다.”


  • ▲ 민주통합당 김기식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통합당이 화력을 집중하면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안철수 전 후보 측에선 김민전 경희대 교수(우측 사진)가 치고 나왔다.

    “안철수가 단일후보였다면 이겼다.” 요지와 맥락은 법륜스님과 비슷했다.
    민주통합당의 반박에 대한 안철수 전 후보 측의 재반박이었다. 결국 ‘뒤집어 씌우기’식 이전투구(泥田鬪狗)인 셈이다.

    김민전 교수는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문재인 후보보다) 안철수 전 교수가 더 경쟁력 있는 후보였던 게 사실”이라며 돌직구를 던졌다.

    김민전 교수의 발언 내용이다.

    “당시를 돌이켜 보면 많은 언론과 분석가들이 안철수 전 후보가 더 경쟁력 있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다 일치돼서 평가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매우 기억에 남는 게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는 날조차도 박근혜 후보에게 양자대결에서 앞서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안철수 전 후보가) 더 경쟁력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번 대선 패배는 작년 4월 총선의 패배 결과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다.”
    “4.11 총선은 ‘야권이 다 차려준 밥상도 발로 걷어찼다’는 평가를 받은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과 통합 진보당이 얻은 득표율을 살펴보면 47.75%였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치면 46%다.”
    “1.7% 정도를 진보진영이 4월 총선에서 사실상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3% 정도 진 것 아닌가?”
    “4월 총선보다 이번 선거가 결과가 더 나빴다고 생각한다.”

    김민전 교수는 김기식 의원이 ‘안철수 전 후보 측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무조건 지고, 안철수 전 후보로 단일화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주관적 사고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협상에 들어가게 되면 항상 상대를 원망하게 되는 것은 동일한 심정이고 또 굉장히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도 사실 동일한 심정이다.”

    “문재인 캠프 쪽에서는 경쟁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반대하고 적합도를 내세우지 않았나.”
    “이것은 ‘문재인 캠프 쪽에서도 경쟁력에 있어선 안철수 후보가 앞선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합도로 가자고 주장한 것으로 생각한다.”

    또 ‘안철수 전 후보가 후보 사퇴한 뒤 소극적인 지원 활동을 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했다.

    “지금은 지고 나니까 이 모든 것이 다 또 그렇게 해석이 되고 있지만 바로 선거 직전에 있었던 골든크로스 같은 퍼포먼스나 이런 부분들, 그 당시에 노란 목도리를 걸어주는 퍼포먼스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찬사를 받았던 행동 아니었나.”

    “그러나 지나고 나니까 다 없었던 것으로 됐다.”


    김민전 교수는 “안철수 전 후보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이었다”며 자기 진영을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