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노인 암살단' 세태

     

  • 세대 간 갈등이란 주제가 떠돌고 있다.
    그러나 2030 세대 중에서도 33%가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문제는 세대 간 갈등처럼 보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이념 세력 간의 갈등이란 측면을 안고 있다는 이야기다.
    5060 세대는 북한, 종북 세력, 그리고 그들의 지원군, 연합군이 가진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짙고, 2030 세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5060 세대가 자신들의 ‘대한민국 긍지사관(矜持史觀)’을 후대에 사회화(socialization) 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실패의 당사자는 자유민주 쪽 부모, 선배, 미디어, 교육계, 시민사회, 기득권층, 정치집단, 정권이다.
    한 마디로 이들이 문화전쟁에서 밀린 탓이다.
    부모와 선배 세대가 하는 말을 ‘꼰데’들의 태고 적 회고담이라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자유민주 쪽 미디어와 선생들이 가르치는 것을 ‘꼴통’들의 '반동’이라고 배척하고, 기득권층과 비(非)좌파 정치집단 및 정권의 ‘하는 짓’을 부패세력의 위선으로 간주하는 그들 2030 세대는 그래서 ‘가출 청소년’들이다.
    집을 나가 그들만의 지하문화(sub-culture) 합숙생활을 하는 애들이다.


  • 지하문화는 주류문화가 약하면 지상으로 올라와 반란군(rebel)이 된다.

    한국사회에서는 이미 그들의 반란이 곳곳에서 정규군과 대치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를 폐지하라느니, ‘노인 암살단’이 나올 것이라느니 하는 등등의 막나가는 소리들은 그 대치의 한 징후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이번에 비록 수적(數的)으로는 조금 패배했으나 질적(質的)으로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렇다면 주류문화의 담지자(擔持者)들은 어찌해야 할 것인가?
    뾰족한 처방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근본적인 당위(當爲)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를 포함하는 윗세대가 지적(知的), 문화적 역량에서 2030의 수준보다 월등히 높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뉴 미디어, 컴퓨터, SNS 사용에서도 그들보다 너무 뒤쳐져선 안 된다.
    그래서 자녀와 제자와 후배들이 감히 윗세대를 무시하거나 경멸하거나 넘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래 세대는 그들 나름으로 교활한 측면을 안고 있다.
    그들은 윗세대를 향해 항상 게임을 한다.
    윗세대가 월등하면 고분고분하다가도, 윗세대가 낙후되고 버벅거린다는 심증을 굳혔다 하면 이내 “꼰데라서...” 하고 제쳐버린다.
    이래서 윗세대도 끊임없는 자기발전의 연마(鍊磨)를 해야만, 그래서 실력을 갖춰야만 아래 세대로부터 “길 비켜!”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실력을 갖춘 각계의 윗세대는 상대방 진영과 문화전쟁을 하기 전에, 자신들 가까이에 있는 아래 세대에 대한 문화전쟁(전쟁이란 말은 좀 그렇지만)부터 해야 할 판이다.
    월등한 지적(知的) 능력으로 그들을 좋은 의미로 ‘야코’ 죽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승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동의는 할 수 없어도 그 말만은 수준이 있다”는 정도의 심증만은 일차적으로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아첨은 금물이다.
    부모, 선배, 교육하는 자들, 나라를 이끄는 자들이 자녀, 후배, 제자, 청소년들에게 아첨하는 꼴볼견 때문에 세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까지도, 대통령 후보들까지도 너도 나도 뒤질세라 포퓰리즘으로 내달았으니 어떻게 세상이 ‘가치의 질서’를 이룩할 수 있었겠는가?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