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는 국민통합, 안 되는 국민통합


     

  • 박근혜 정권 출범을 앞두고 가장 먼저 거론되는 화두는 ‘국민 통합’인 것 같다. 좋은 ‘말’이다.

    정신병자 아닌 다음에야 누가 ‘국민 분열’을 좋은 말이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되는 통합이 있고 안 되는 통합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하기 따라선 될 수 있는 통합, 또는 반드시 추구해야 할 통합은, 예컨대 동서화합, 탕평인사, 세대 간 소통, 양극화 줄이기 같은 것이다.
    역대 정권들은 다 말로는 그런 걸 하겠다고 했다.
    일부 실현된 것들도 물론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보면 그게 여전히 ‘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잘 안 됐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런 통합 과제들은 하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또는 다만 얼마라도 진척시킬 수 있는 것들이다.
    박근혜 정권도 당연히 그런 통합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

    반면에, 추구해봤자 안 되는 통합, 추구하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도로(徒勞)일 뿐인 통합이 있다.
    아니, 어떤 경우에는 그런 상대방을 향해서는 “통합하자”는 말을 꺼내는 것부터가 3류 코미디인 경우도 있다.


  • ▲ 왼족 사진의 김정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나쁜 말을 하지 않는 이정희. 오른족 사진의 이정희는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온 입이 찢어지도록 '저주의 비난'을 쏟아낸다. 이런 부류와의 통합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생각해볼  논제임이 분명하다.   ⓒ
    ▲ 왼족 사진의 김정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나쁜 말을 하지 않는 이정희. 오른족 사진의 이정희는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온 입이 찢어지도록 '저주의 비난'을 쏟아낸다. 이런 부류와의 통합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생각해볼 논제임이 분명하다. ⓒ

    예컨대 이정희를 상대로 “국민통합 합시다”라고 말해보라.
    그게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정희 뿐 아니다.
    ‘나꼼수’와 ‘국민통합’ 할 수 있는가?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민중의례’를 하는 부류와 ‘국민통합’ 할 수 있는가?

    ‘제주 해적기지’라고 말하는 부류와 ‘국민통합’ 할 수 있는가?

    "NLL은 땅 따먹기..."라고 한 말을 마치 '유훈(遺訓)'처럼 떠받드는 사람들이 만약 있을 경우, 그런 사람들과는 또 어떨까?
    필시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안 되는 게 ‘정상’이다.

    그렇다면 이 안 되는 경우를 전제한 차원에서는 ‘국민통합’이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한 마디로 [역(逆) 통일전선]이다.

    그, 도저히 통합이 불가능한 상대방이 즐겨 쓰는 게 ‘통일전선’ 전술이다.
    체제를 수호하려는 정파나 세력을 고립시켜서 고사(枯死) 시키기 위해 다양한 계열들을 자기들 주도하에 한 줄로 꿰어 묶는 게 그것이다.
    그들 기준의, 그들 나름의 ‘통합’인 셈이다.

    그들의 그런 저인망에 과반 수 이상, 또는 절대다수 국민이 홀려서 걸려들 경우엔 세상이 뒤집힌다.
    이걸 용납할 수 없다면 체제수호 세력으로서는 불가불 그들 기준의, 그들 나름의 ‘통합’ 즉 [역(逆) 통일전선]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헌법가치와 헌법질서 수호라는 공동의 목표 하에 다양한 계열들을 대등한 파트너들끼리의 명예로운 연합전선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래서 그 절대다수가 체제파괴 세력을 극소수로 고립시키는 것,
    이것이 체제 수호세력에게 주어진 [역(逆) 통일전선]의 과제, 또는 [체제수호 국민통합]의 과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국민통합’이란 말을 그저 ‘좋은 말’이니까 툭하면 사전에서 끄집어내다 공짜라고 쉽게 남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말의 함축을 엄밀하게 알고서 써야 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