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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이 아니라 '50년'
김동길 /연세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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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인 국민의 결정이 투표를 통하여 밝혀지는 사회를 민주사회라고 합니다. 한 사람 또는 불과 몇 사람에 의하여 국가의 운명이 결정되는 그런 나라에서는 형식적으로 선거라는 절차를 거치기도 하지만 이미 정해진 것이므로 독재자는 그 결과를 다 알고 앉았습니다. 그런 선거는 하나마나 한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사회의 선거는 끝까지 아슬아슬합니다. 투표함의 뚜껑을 다 열어보기 전에는 누구도 큰소리 칠 수 없습니다. ‘막판 뒤집기’라는 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안심이 안 되는 것이 선거라는 이름의 마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판에 가서는 속임수라도 써서 판세를 뒤집어보려는 악당들의 등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어가지고 상대방 후보에게 흙탕물을 끼얹는 일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저 후보가 처녀인 줄 알고 있는데 사실은 몰래 낳아서 묻어둔 아들이 있다” 또는, “저 후보가 사람을 사서 아무개를 살해했다” 또는, “저 후보가 남의 큰돈을 꿀꺽 삼키고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다” - 이런 악질적인 허위‧흑색선전을, 투표하는 바로 전날, 대대적으로 살포합니다.
여러 번 대선을 치렀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일이 있을 것을 미리 짐작하고, 집권의 욕심 때문에 무슨 칼부림이라도 할 수 있는 저 협잡꾼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요놈들이 투표를 하루 이틀 앞두고 꼭 이 짓을 하기 때문에, 당한 후보는 변명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앞으로 5년동안 이 겨레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50년 또는 500년,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것입니다. 동작동의 국립묘지에 가서, 거기 대통령이 여러 분 누워 계신데도 꼭 어느 한 대통령의 무덤에만 헌화하고 돌아온 그런 편협한 인간에게 대한민국의 앞날을 책임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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